자동차/솔직담백시승기

주말내 포드 포커스를 타고 느낀 점들

오토앤모터 2011. 11.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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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주말내내 포드 포커스를 타보았는데요. 몇가지 느낀 점이 있어 적어봅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수입차가 국내서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3요소가 있습니다.브랜드,가격,디자인.
이 중 하나가 확실하게 뛰어나면 나머지들이 좀 떨어져도 잘 팔립니다.
그런데요. 포드 포커스의 경우를 생각해 보죠. 브랜드도 '뭐 딱히..'수준이고, 가격도 '그다지 썩..'이고, 디자인도 '뭐 그냥저냥'입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이 3요소 중 하나는 확실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브랜드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해야 하는 개념이고(게다가 포드가 매력적인 브랜드도 아니죠), 디자인은 이미 나왔으니 고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그럼 가격을 '파격'이라 느낄만큼 낮춰야 소비자들도 반응이 옵니다. 나중에 TV홈쇼핑까지 진출해서 재고 처분하느니, 처음부터 화끈하게 나가야죠. 한 때 독일차들이 프리미엄을 무기로 수입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던 시절, 일본차 브랜드들이 '대중화'를 무기로 시장판도를 어떤 식으로 바꿔 나갔나 생각해야 합니다.(물론 지금 다시 독일차 강세로 돌아왔지만요.) 남들과 똑같이 혹은 약간 더 낫게 해서는 반응이 절대 안 옵니다.

이 급에서 요새 제일 잘 나가는 골프와 비교해 봅시다.포드 포커스의 가격은 2910만원 - 3370만원까지입니다. 반면 폭스바겐 골프는 3140만원 - 4330만원까지인데요, 언뜻 보면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골프 라인업 중 GTD, GTI같은 고성능 모델을 제외하면 3140만원-3350만원에 분포합니다. 그럼 큰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죠.

앞서 얘기한 3요소 외에 것들은 어떨까요? 옵션은 당연히 골프보다는 뛰어납니다. 그런데요, 그 옵션이 썩 매력적이진 않습니다.개성이라 얘기하기엔 무리라는 거죠. 음성명령 시스템인 SYNC도 신기하긴 하지만, 차의 '개성'이라고 얘기하기엔 부수적인 부분입니다. 반면 골프 블루모션의 경우 거의 깡통 수준입니다.  솔직히 실내옵션만 보자면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요새 국산차에도 기본으로 달리는 것들에 죄다 빠져있으니까요. 그럼에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립니다. 왜일까요?

'포커스는 XX다.'라고 설명해야하는데 딱히 없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무색.무미.무취의 차량이 되버리는 거죠.
폭스바겐 골프를 살펴봅시다. 정확히 고객군을 두 부류로 나누어 공략합니다. 연비 혹은 성능을 바탕으로 블루모션/TDI 혹은 GTI/GTD의 선택입니다. 수입차 시장의 주요고객군인 합리적인 것을 따지는 30대에게 답이 딱 떨어질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해 주는 겁니다.



이에 반해 포커스는
옵션이 나쁜거,보통,좋은거? 그렇다고 좋은 옵션의 모델이라고 해서 경쟁차를 압도할만한 어떤 게 없습니다. 어떤 장점이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차인지 불명확합니다.좋게 말하자면 평범하고 무난한 것일텐데요, 그런데 최근 치열해지고 있는 2000cc급 혹은 소형차급의 수입차 시장에서 평범한 것으론 승부를 볼 수 없습니다.

이중적입니다.탄탄한 기본기는 잘 느껴집니다. 빠르게 성장한 회사들 중에는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들은 잘 지켰는데 의외로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그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런데 그 기본기라는게 체험하기가 일반인들은 좀 힘듭니다. 물론 차를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극한상황까지 밀어붙이면 기본기가 된 차가 안된차가 확실히 구분되는데, 일반주행 상황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고 확인가능한 부분에 치장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포커스를 타보니, 확실히 기본기가 잘 된 차는 분명합니다. 타이어 때문인지 브레이킹 시 차가 좀 밀리는 거 외엔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 있게 달리고, 특히 그 코너링과 극한상황에서도 자세를 잡아나가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런데요, 그래서 포커스는 시쳇말로 '성능이 죽이는 차야'라고 얘기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차가 잘 안 갑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약160km까지는 쭉쭉 뻗긴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탄력이 죽습니다.
3000cc만큼 잘나가는 2000cc 자동차를 만들어 놓으니, 잘달리면 뭐하냐고 잘돌고 잘서는 건 에러라고 혹평하는 경우가 있는데, 포커스는 반대인 셈이죠. 그런데 그 반대의 것들은 사실 일반인들에게 어필하기가 참 힘든 겁니다. 잘 달리는 것 이상으로 잘 돌고, 잘 서는 건 중요하긴 한데 말이죠.



국산차들과 비교해서도 특출난 것 없는 엔진 성능이 그래서 아쉽습니다. 요새 국산차엔 직분사나 터보 까지 달려 나옵니다. 포드 포커스의 경우 엑셀을 좀 밟았다치면 부웅 하는 엔진부밍음을 듣자면, 분명 정숙한 차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일차처럼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듣기 좋은 엔진음도 아닙니다. 분명 다른 세팅들은 잘 달리는 차인데 말이죠. 그럼 좀 연비가 좋겟지.. 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변속기 부분을 살펴봐도 6단 듀얼 클러치를 홍보하면서도, 스포츠 주행을 하기 위한 수동변속은 참 애매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듀얼 클러치의 효율을 살린 연비도 인상적인 것도 아닙니다.아쉬운 것이 자꾸 뭐 하나가 빠지는 느낌인거죠. 다른 단추는 이쁘게 다 잘 채워놓고 마지막 단추를 안 채운 느낌... 연비가 좋았거나, 더 나은 동력 성능을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느낌입니다.



물론 시승하면서 주행안정성,핸들링,코너링 같은 기본기 외에도 앞서 얘기한 포드만의 인포테인먼트,음성인식시스템, 시스템, 넓은 전방시야,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사이드미러 등등 몇가지 장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이 차를 택한다고 말하기엔 좀 부족한 것들이었죠.


현대 기아가 너무 커버렸습니다. 일단 눈으로 보기엔 잘 나가게, 잘 꾸며서, 게다가 당연하게도 수입차보다 싼 가격에 내놓습니다.웬만한 수입차는 자신있게 얘기할만한 강점을 꼽기가 힘듭니다. 과연 돈 더 주고 이 수입차를 선택했을 때, 국산차보다 더 만족시켜줄 수 있는게 어떤 것들이 있는 지 곰곰히 따져봐야 합니다.

사실 포드A/S평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무상보증 기간이 5년 / 10만킬로미터로 바뀌었더군요. 신경 쓰겠다는 제스쳐입니다. 현대기아차가 5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이상 아마 평범한 자동차 수입차 브랜드들은 최소한 뚜렷한 개성이라도 살리지 않으면 앞으로 이래저래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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