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해외이야기

픽업트럭을 타는데 짐 걱정이라니

오토앤모터 2022. 4. 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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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여행을 계획할 때의 일이다. 미국으로 자동차 여행인 만큼, 가장 미국적인 차를 타고 싶었다. 가장 미국적인 차하면 떠오르는 것은? 여러분의 마음속엔 무엇이 떠오릅니까?

나는 자연스럽게 픽업트럭이 떠올랐다. 그것도 가능한 풀 사이즈로.(미국의 풀사이즈 개념은 우리의 그것보다 상당히 크다.)

 올라타야 하는 거대한 크기의 픽업트럭을, 담배는 입에 걸치듯 물고(라고 쓰긴 했지만, 나는 담배는 피우지 않으니까 이쑤시개라도 물도록 한다.) 눈 주변을 가득 가리는 검은 테의 검정 선글라스에는 차창 밖으로 뽀얀 먼지가 피어오르는 도로가 비친다. 과거 금맥을 찾아 떠난 서부 개척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황야에 뜨겁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그들이 지났을 법한 골드 러시 루트를 달린다. 물론 운전석 창문은 활짝 열고, 왼쪽 팔은 여유 있게 창가에 걸치는 것도 잊지 말자. 상상만으로도 서부 개척시대의 남성미가 살아나지 않습니까?

해서 동행하는 동생에게 물었다. “혹시 렌트로 생각해둔 차가 있습니까?”

 

 “딱히 생각해둔 차는 없는데요…”라기에 “픽업트럭은 어때요?”하고 되물어보았다.

미국에 갔으니 가장 미국적인 차를 타야 한다고 이야기하려던 찰나 동생이 대답했다. “저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형 저희 짐은 어쩌죠?”

 

픽업트럭에서 짐 걱정이라니. 이 친구 참.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승객석을 모두 합친 크기만 한 트렁크가 있는데, 무슨 그런 걱정을 하고 있나. 자네 10년 넘은 자동차 전문 인플루언서가 맞나, 싶은데 동생이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이어 얘기했다.

“형, 픽업트럭 트렁크에 짐을 싣고 가다가, 만약 비나 눈이라도 오면…” “그리고, 저희 숙소에 짐을 보관하긴 하겠지만, 일정 중간중간 차에 짐을 싣고 있어야 할 일도 있잖아요? 짐을 차에 두고 시내에서 식사나 관광들을 해야 할 텐데.. 도난 걱정이 되더라고요.”

“여기 사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차 안에 귀중품이 있는 거 같으면 심지어 자동차 유리를 깨고 훔쳐가기도 한대요. 대도시일수록 심하다던데요.”

 아뿔싸. 그 말이 맞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미국의 차들은 대부분 선팅도 되어 있지 않다. 실내가 훤히 보이기에,  차에서 내릴 때에는 돈이 될 만한 것들은 가능한 눈에 보이지 않게 글로브 박스, 트렁크, 시트 아래 등에 숨겨놓는다. 차내 귀중품 도난 사건은 외진 지역뿐 아니라, 사람이 꽤나 지나다니는 도로나 쇼핑몰 주차장 같은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더욱이 미국의 좀도둑들은 인정사정없다. 귀중품이 보이면 창문을 깨고, 얼른 훔치고, 도망간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드 미러가 접히지 않은 차(차 문이 잠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를 골라 털던 좀도둑이 잡혔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차 문이 열린 차를 터는 좀도둑이라니. 미국에 비하면 굉장히 신사적인 좀도둑이 아닐지.(창문을 깨라고 장려하는 글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의 낭만은 이후 GM 미국 행사 초청으로 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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