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부터 디트로이트까지(2)- 아빠 입장에서 타 본 쉐보레 트래버스

2019.06.19 00:08자동차/해외이야기

올 하반기 국내에 판매될 쉐보레 트래버스는 201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모델이다. 이번 미국 현지 시승 프로그램을 통해, 트래버스를 테스트한 곳은 미국 서부 일대. 

태평양을 끼고 달리는,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꼽히는 Pacific Coast Highway 1번 도로와 함께 사람과 차 모두에게 극한의 환경인 사막 지역-팜 스프링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의 오프로드 코스까지 달려보았다.

국내에 시판될 트래버스에는 3.6리터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들어가게 되는데, 시승한 모델도 이와 같았다. 간단히 트래버스의 시승느낌을 요약하자면, 부드러운 승차감, 묵직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다. 장점은 역시 넉넉한 실내 공간. 단점은 경쟁차 대비 떨어지는 옵션 구색.

 

장점부터 언급해보자.

트래버스는 국내 최대 크기의 SUV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현재 시판 중인 차와 올해 판매 예정인 차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그렇다.

동급 최대 크기, 3열 레그룸, 트렁크 적재량.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보다 무려 20.9cm가 길다. 전고와 전폭 역시 4.5cm와 2.1cm정도 높고 넓은 편. 이를 바탕으로 트래버스의 3열 레그룸의 폭은 85cm로 팰리세이드보다 5cm나 더 앞선다. 트렁크 적재량은 기본 651리터, 3열을 접을 경우 1645리터, 2열과 3열을 모두 접을 경우 2,781리터까지 늘어난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경쟁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 신형 익스플로러가 출시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유출된 개발 정보와 비교해도 트래버스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적재량에 관한 정보를 표로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경쟁차 적재량 비교표

당연하게도 큰 차체를 바탕으로 실내 역시 넉넉하다. 승객석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자.

개인적으로 꼽은 단점은..

개인적으로 꼽아 본 트래버스의 단점은 단촐한 옵션인데, 그동안 쉐보레의 차량이 그랬듯 트래버스 역시 여전히 경쟁차 대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히, 최근 편의장비 공세를 펼치는 현대차의 신차 팰리세이드와 비교하자면 더욱 그렇다. 아직 옵션은 확정된 사항은 아니기에, 시승 기간에 눈에 띄었던 부분을 위주로 언급하자면, 서라운드 카메라는 좋지만 화질은 안쓰럽고, 단순한 계기판 역시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차 대비 특화되고 자랑할만한 옵션도 있다.

후방 카메라를 쏴서 룸미러에 뿌려주는 리어뷰 카메라 미러가 대표적이다. 기존 거울보다 화각도 넓고, 명암이 갈리는 구간에서 시야확보에 유리하다. 예컨대 갑자기 밝은 곳에서 어두운 터널을 들어간다거나,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때, 혹은 뒷차가 하이빔을 켤 때 일반 거울은 시야 확보가 어려움을 겪는 반면, 리어뷰 카메라 미러는 어느 상황에서나 보기 좋게 걸러 준다.

뿐만 아니다. 승객석이 사람이 타있거나, 높은 짐이 있을 경우 시야가 가리기 마련인데 리어뷰 카메라 미러는 그런 불편함이 없다.

또한 넓은 화각은 사이드 미러의 사각지대를 없애준다. 리어뷰 카메라 미러를 캐딜락 차량 시승 때도 경험했었는데, 리어뷰 카메라 미러를 사용하게 되면, 사이드 미러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로 효옹가치가 높고, 앞으로 나올 차량들에 당연히 들어갈 가능성 높은 옵션이다.

이 밖에도 동급 최초로 1열 센터 에어백이 들어간 것도 인상적인 부분. 

 

시승 느낌은 어땠을까?

3.6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310마력의 힘은 부족할 리 없다. 다만 넘치는 듯한 파워는 아니다. 오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절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9단 변속기와 궁합을 맞춰 폭발적이진 않지만, 지그시 하지만 원하는 만큼 밀어주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도로를 보면 쏘고 싶다기 보다,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브레이킹 역시 마찬가지. 굉장히 부드럽게 답력이 전개되는 편이라, 익숙치 않으면 거의 충돌 직전에야 급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전반적으로 매우 편하고 안락한 주행을 위한 세팅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운전자가 차의 성격을 바꾸기도 하지만, 차의 성격이 운전 스타일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트래버스는 운전자를 좀 느긋하게 만든다.  독일차들이 자연스레 운전대로 양손으로 잡고 스포티한 주행을 유도하는 반면, 트래버스의 경우 뭔가 한팔은 창가에 걸치고 한팔로 운전하며 풍경과 여유를 즐기게끔 하는 기분이다. 패밀리 SUV라면 맞는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즐겁기 보다는 함께 동승한 가족이 편안해야 할 장르의 차니까.

오프로드에서 느낌 또한 다르지 않았다. 트래버스에는 트랙션 모드 선택 기능이 장착되어 노맨 상태에 따라 이를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 모래길, 바위길 등 4륜을 요구하는 다양한 코스를 맞닥뜨렸는데, 트래버스는 극적인 느낌을 살리기 보다도, 무난하게 잘 걸러서 소화하는 느낌이 강했다.

 

 

패밀리 SUV라면, 승객석 중심으로도 바라보자.

시승 시간 동안 승차감 확인을 위해 1열,2열,3열 모두 고루 앉아 시간을 보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승차감은 1열>2열>3열순.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미니밴을 생각한다면 1열보다 2열이 나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일단 1열이 가장 좋은 승차감을 보이는 이유는 시트의 착좌감이다.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은 1열까지다. 2열은 1열처럼 몸을 감싸는 느낌은 찾기 어렵다. 180도로 눕혀지지 않고, 90도와 180도 사이 중간 어디쯤으로 제한이 있는 것도 아쉬운 점.

굉장히 편하게 생긴 2열 시트. 미니밴의 그것을 기대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이는 미니밴에 버금가는 트래버스의 넉넉한 크기 덕에, 눈높이가 높아진 것은 아닐까? 미니밴이 아닌 일반적인 SUV와 비교한다면 2열의 승차감은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기대했던 리클라이닝 각도도 보통의 SUV라면 어림 없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연하게 미니밴의 그것처럼 시트가 눕혀지기를 기대했다. 그렇다. 트래버스의 넉넉함 덕에 기대 이상의 것을 기대해버렸다.

3열의 승차감은 어떨까? 3열이 공간 자체는 기대 이상이다. 7인승 SUV를 표방하는 모델 중 3열은 그야말로 장식에 불과한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트래버스는 앉아가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173cm의 성인 기준으로 벌칙 수준은 아니고, 2열과 간격이 타이트한 좀 작은 사이즈의 좌석이랄까. 3열을 위한 공조장치,USB 포트,수납공간 등도 충실히 준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트렁크 공간까지 손해보지 않고 상당부분 확보되니 어쩌면 완벽한 7인승 SUV임이 분명하다.
사실 3열의 점수를 떨어뜨린 것은 좌석보다 소음의 영향이 크다. 3열에 앉았을 때 가장 불편했던 것은 노면 소음이 상당히 올라온다는 점이다. 뒷바퀴 쪽에서 올라온 소음이 빈 트렁크 공간을 통해 울림현상까지 더해진다. 때문에 좌석보다 소음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3열 공간으로의 출입도 쉽고 편하다. 쉐보레 측에서 '스마트 슬라이드'라 부르는 이 기술은,  2열 시트를 원터치로 편하게 기울여 3열 공간으로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차들도 2열시트가 원터치로 접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영상을 보자.

차이점을 발견했을까? 일반적으로 2열에 카시트가 장착되면 3열을 쉽게 접고 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트래버스는 카시트가 장착되어 있음에도 어린아이가 시트를 쉽게 밀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한 조작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뒷좌석에 사람이나 물건이 있을 경우, 시동을 끄고 차를 나설 때 알람을 울리는 '리어 시트 리마인더' 기능도 유용하다. 사람을 두고 내린 적은 없는데, 아이가 학원 등을 가며 '아빠 이것 좀 집에 갖다놔줘'하고 차에 두고 가는 물건들을 가끔씩 잊고 내릴 때가 있다. 

 

트래버스의 국내 평가는 어떨까?

현재 북미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쉐보레 트래버스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는 모델이다. 국내에서 수입SUV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포드 익스플로러.

포드 익스플로러는 5500~5700만원의 가격대임에도, 패밀리 수입SUV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며 월 500대 이상씩(2018년 기준) 팔려 나갈만큼 국내서도 인기를 끄는 모델이다. 그리고 올해 대형SUV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현대 팰리세이드로 출시가격은 3500~4500만원대.

과연 쉐보레 트래버스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같이 수입SUV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분명, 판매 구조 자체를 따져본다면 전량 북미에서 수입하여 판매하게 될 쉐보레 트래버스는 수입SUV임이 명확하다. 북미 시장에서 경쟁하는 가격대도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슷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는 '쉐보레=국산3사 중 하나'로 카테고리화되어 있고, 그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내놓을 가격표 역시 쉐보레 입장에서는 매우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크루즈와 이쿼녹스 출시 당시 높은 출시 가격으로 역풍을 맞아본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하기만 하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수입차 혹은 국산차? 쉐보레 트래버스의 적절한 가격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