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미래, 전기차는 사실 100년 전 개발되었다?

2019.07.01 01:00자동차/해외이야기

누군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묻는다면, 세 가지 핵심 단어로 축약해 대답할 수 있겠다.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자동차, 모빌리티의 발전은 최근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의 구현은 자동차 역사에 있어서, 포드의 대량생산만큼이나 자동차-모빌리티 역사에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동차 산업의 근간의 변화와 기술은 갑자기 어느 날 문득 번개처럼 일어난 것일까? 

 

퍼스트 무버, 패스트 팔로워 그리고 마켓 리더

사실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이미 준비된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리더, 메이커들은 최소 수십 년 전부터  모빌리티의 미래를 고민하고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물론 현재 소비 트렌드에 맞춰 당장의 제품을 생산하느라 바쁜 팔로워 자동차 메이커들도 있다. 반면, 새로운 시장에 대한 필요성을 소비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주지 시키고, 시장을 스스로 개척하여 제품을 판매하는 진짜 퍼스트 무버도 자동차 시장에는 존재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모빌리티 혁신과 트렌드들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선두에 서서 산업을 전체를 이끌고 가는 업체들은 변화를 주도한다. 시장을 테스트하고, 경쟁자와 환경을 분석해서 가장 유리한 시점에 그동안 개발한 제품을 터뜨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최근 들어 보이는 눈부신 발전-특히 제품의 상품성 위주로 비약적 발전을 보이는데 대해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먼 미래를 위한 준비나 철학 면에는 여전히 의문스럽고,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GM의 과거가 나열된 GM 해리티지 센터 방문을 통해서, 근래 자동차 산업에서의 GM의 이미지(노쇠한 사자 정도랄까)를 부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최근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는 퍼스트 무버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GM해리티지 센터에서 발견한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GM의 역사 - 화려한 자동차 제국의 몰락

1908년 이래 GM은 강력한 자동차 제국으로 성장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몇 차례 부침을 겪었다. 특히 가장 최근 일어난 미국 금융위기와 GM의 파산 신청은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최고의 자동차 제국'이란 승자의 오만함은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2009년 6월 1일 거대한 육식 공룡 GM은 파산 신청을 하고, 미국 정부 소유의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며 가까스로 명줄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GM은 여전히 미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다. 거품은 꺼질지언정 100년의 역사와 저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자동차 업계 첫 여성 CEO인 메리 베라 대표가 취임한 이후에는 자동차 회사로써 전략적 변화도 눈에 띈다. SUV와 전기차 위주로의 상품 재편뿐 아니라, 자율주행, 공유차 서비스 등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GM의 현재 -  마켓 리더에서 밀려났을지라도, 여전히 퍼스트 무버다.

GM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치열해진 자동차 경쟁 시장 내에서 살기 위해 여러 가지 급조한 카드를 마구잡이로 내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GM의 100년 역사와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자동변속기 개발, 세계 최초 터보차져 개발을 한 것은 바로 GM이다. 1960년대 아폴로 계획에서 쓰인 전기 월면차를 보잉과 함께 개발한 것도 GM이다.  2010년쯤에야 럭셔리 기함이나 스포츠카를 중심으로 하체를 잡아 주는데 쓰이는 기술-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도 1994년 GM이 개발한 기술이다. 자동차 부품사로 유명한 델파이 역시 한때는 GM 산하의 부품회사였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특허와 보유 기술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동차 메이커임이 분명하다. 뭔가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풍부한 자금력과 자원, 시간을 바탕으로 기발하고 획기적인 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양덕후(!)의 이미지랄까.

 

1957년 생산된 캐딜락 엘도라도는,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던 메모리시트, 크루즈 컨트롤, 파워윈도우, 에어컨 등을 장착하고 있었다.

 

GM해리티지 센터에서 찾아낸 미래 모빌리티의 3가지 키워드를 함께 살펴보자.

1. 전기차

현재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바뀐 첫 번째 열쇠는 전기차다. 3대 변화 중에서도 근간이 되는 변화라 할 수 있다. 국내에는 2000년대 중반에야 '전기차', '하이브리드'라는 용어가 소개가 되었지만, 사실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전기차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전이다.

GM의 경우 1912년, 에디슨 니켈-철 배터리 기반의 전기 트럭을 600대 이상 생산했지만, 내연기관에 비해 시장성이 떨어지기에 자연스레 덮어둔다. 1960년대 환경오염, 오일 쇼크 등의 이유로 미국 개별 주 및 연방 정부에 이와 관련한 새로운 규정이 생겨나면서, GM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를 대체할 연료 전략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그래서, 1964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것이 90마력 AC 유도 모터와 450 볼트 실버 아연 배터리를 가진 Electrovair.
당시 인기 있던 쉐보레 corvair를 기반으로 엔진 변속기 대신 완벽한 전기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였다. 1966년에는 여기서 업그레이드된 Elctorvair II를 선보이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 GM해리티지 센터에 전시되어 있던 모델이다.

 

엔진룸의 엔진 대신 자리를 가득 채운 실버 아연 배터리 덕에 최고 속도는 대략 시속 128km, 주행 가능 거리는 65~13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당시 영상도 한편 확인해 보자.

 

이때 개발된 전기차 기술은 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에도 사용된다. 60년대와 70년대 초반 보잉사 제휴하여 달 위를 달리는 월면차를 만든 것. 이때 개발한 차량 중 3대는 여전히 달에 있다고 전해진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전기자동차 성능과 주행거리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1997년엔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으로 전기자동차 EV1를 대량 생산한다.  EV1 캘리포니아 남서부 일대 고객 1000명에게 임대되어, 실제 엔지니어링 조사 및 통근자들에게 전기자동차를 마케팅할 수 있을지 시장조사를 거쳤다.

이후 휘발유, 에탄올, 바이오 디젤, 수소 등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또한 개발한다. 국내에선 하이브리드냐 아니냐로 논란이 일었던 Volt(볼트; 순수 전기차 BOLT가 아니다)도 사실 이러한 기술 개발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밀고 있는, 그리고 우리나라 메이커가 주도하고 있다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어떨까.

GM은 배터리 전기자동차 외에도 수소 연료 전지와 같은 유망한 대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석유 사용 외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서도 완벽히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기에 GM으로써는 반드시 연구해야 하는 과제였다.

여기 1966년 개발된 Electrovan이 있다. 가속, 성능, 주행 범위에서 표준 배달 밴에 맞먹는 성능의 차량을 목표로 개발된 모델이다.

최초의 연료 전지 구동 자동차이기도 한 이 모델은 최대 약 240km의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후에도 GM은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도 다양한 개념을 도입한 콘셉트카, 프로토타입, 테스트카 등을 선보였는데, 일일이 소개하기엔 너무 방대하므로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2. 커넥티드 카

GM이 2010년 도심형 모빌리티 콘셉트카로 EN-V를 내놓는다. 바로 아래의 사진인데, 나는 이 제품을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이미 만나보았다.

 

보통 콘셉트 카라고 하면, 뭉뚱그려진 개발 개념만 녹아 있는 차라 생각하기 쉽다. 흔히들 실제 동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텐데, 2010년 개념을 직접 시연하고, 몰아본 경험을 본 블로그를 통해 소개도 했다.

 

2030년형 GM의 미래차 시승기

2011년형도 아니고, 2030년형 자동차 시승기라니.. GM의 미래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지난 번에 이어서 이야기를 진행해 봅니다 [지난 이야기] 상하이 엑스포에서 본 미래의 자동차 . E..

www.autonmotor.com

 

EN-V의 핵심은 차량 대 차량 통신 및 거리 감지 기술을 결합한 자율주행차다. 특히 차량 간 통신을 통해 교통 혼잡을 피해 실시간으로 경로도 변경하기도 하고, 차량의 자율적인 작업을 허용하여 차량 공유 프로그램으로 돌릴 수도 있다.

현재 Uber나 Lyft가 사업을 추진하는 차량 공유사업이나, 얼마 전, 일론 머스크가 발표한 '자율주행차를 차고에서 놀리지 않고, 공유 프로그램에 임대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개념이 비단 새롭고 획기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제품이다.

 

3.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의 개념은 EN-V 이전에 나왔다. 1955년, GM은 파이어버드 2라는 실험용 가스터빈 자동차를 선보였는데, 여기에는 자율주행과 같은 개념은 물론 미래의 자동차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실험되었다.

GM의 자율주행장치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7년이었다. 2007년 GM은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학생을 포함한 연구진과 함께 자율주행 차량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그 차가 바로 아래의 차.

 

자율 주행은 충돌 위험을 360도로 전방위로 다양한 센서를 통해 인식해야 하고 판단해야 된다. 또한 첨단 센서 기술을 통해, 이것이 차량인지 물건인지, 보행자인지 등을 구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통 흐름 또한 판단해야 하며, 교통 신호를 읽는 등 굉장히 복잡하고 상상치 못한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다.

GM과 카네기 멜론대 연구진이 개발한 "DARPA 쉐보레 타호"는 2007년 DARPA Urban Challenge에서 우승했다.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는 미국 국방부 최고위 연구기관인 국방 고등 기획국이 후원하는 무인 자동차 경주 대회다. 험로 구간을 제한된 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개최된 행사는 2007년 모의 도시 환경으로 확대되었는데, 여기서 이 차량이 우승한 것.

참고로 2위는 폭스바겐 파사트를 개조한 스탠퍼드 경주팀, 3위는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개조한 버지니아 공대팀이었다.

360도 전방위의 충돌 위험과 교통 환경을 감지하기 위한 다양한 센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실행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실내 또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산업 스파이 같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2016년 자율주행차 볼트 AV. 한눈에 봐도 2007년의 타호보다 모든 것이 소형화되고 축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기자동차 볼트 EV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GM이 인수한 스타트업 크루즈(Curuise)를 통해 데이터 수집 및 기술 개발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자율주행에 관해서는 영상 한편을 보는 것이 더욱 실감하기에 나을 수 있겠다.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빌리티의 미래는 퍼스트 무버들에 의해 준비된만큼 공개될 것이다.

최근 들어 국내나 해외나 IT업체들을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새로운 진출, 공격적 행보가 유난히 눈에 띈다. 하지만,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 또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을 팔짱만 끼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란 것도 자명하다. 문제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또 변화 속에서 패권을 빼앗기지 않을 기술과 능력이 있느냐가 아닐까.

이번 GM해리티지센터 방문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은, 호들갑만 떨지 않을 뿐 자동차 메이커 또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그리고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