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솔직담백시승기

논란의 중심, 쉐보레 볼트 시승기(2)

오토앤모터 2011. 7.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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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 1편의 댓글을 통해 논란이 되었던 이야기부터 꺼내볼까요?

볼트는 과연 '전기차냐, 아니면 하이브리드차냐'의 문제말입니다.

'2개 이상의 동력원을 사용하는가'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를 나누는 판단기준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편을 쓰고 나서, 여러분의 댓글을 보면서 다시한번 하이브리드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할 수 있었는데요.
재밌는 사실은 포르쉐의 창업자인 포르쉐 박사가 처음 하이브리드의 개념을 들고 나왔을 때에는 지금의 '하이브리드'의 개념과 조금 달랐다는 사실입니다. 포르쉐 박사는 당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엔진의 힘을 전기로 변환시켜 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의 차를 만들고 이를 '하이브리드카'라 불렀더군요. 이 때가 1899년이었습니다. (아...포르쉐 박사는 외계에서 왔을까요?)

아무튼 현재의 개념으로는 '2개 이상의 동력원을 사용하느냐'가 핵심인데요.
일단 이와 관련하여 쉐보레 관계자와 얘기를 나눴는데, 쉐보레의 공식 입장은 '전기차'라고 합니다. 엔진이 구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북미에서도 1편의 댓글에서처럼 논란이 일었나 봅니다.
결국 북미의 모 자동차 사이트에서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볼트'를 직접 분해(!)해보는데 이르렀는데요, 이들의 결론은 '엔진이 구동계에 연결되어 있고, 간헐적이긴 하지만 구동에도 관여를 한다.'였다고 합니다. 엔진이 전기를 생산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구동에까지 관여를 하는, 즉 '순수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카'였던 셈입니다. 여러가지로 크리티컬한 문제기에 경쟁사에서는 하이브리드로, 쉐보레에서는 전기차로 주장하기 바쁜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내린 결론은 (위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제가 뜯어서 눈으로 본건 아니므로) 볼트는 하이브리드카라는 사실입니다. 간헐적이긴 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구동계에 관여한다면 2가지 동력원을 사용하는 셈이니까요. 다만,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요즘 시판되는- 하이브리드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기존의 시판되는 하이브리드의 경우 휘발유 엔진이 구동의 중심이고 전기는 보조의 개념이라면, 볼트는 정반대입니다. 게다가 엔진의 구동 보조 또한 항상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 경우에만 하는 것이니까요. 아마 이 때문에 쉐보레 측에서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전기차'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는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볼트를 구입한 소비자가 주유는 일절 하지 않고, '나의 사랑하는 애마, 볼트는 전기차야'라고 얘기한다면 틀린 얘기는 아닌 셈이죠.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볼트 얘기 계속해 보겠습니다.
작년 상하이에서도 볼트를 타보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때와는 차이는 몇가지 있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역시 '서울의 도심'에서 타보았다는 것이구요. 때문에 상상할 필요 없이 우리의 도로 실정에 맞는 차인지, 바로 눈과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해에서 탄 볼트는 시판 전의 테스트카였고, 서울에서 탄 볼트는 이미 북미에서 실제 굴러다니는 양산형 모델이라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외모도 보다 세련되어 졌고, 실내도 깔끔해졌습니다.



결론적부터 얘기하면, 서울 도심에서 볼트는 그냥 자동차였습니다. 
'그냥 자동차였다'라는 말이 이게 굉장히 중요한 말인데요, 볼트의 경우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차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골프카트나, 범퍼카나, 혹은 어렸을 적 100원을 넣고 달리던 어린이용 전기장난감차(!)를 타보신 분들을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휘발유차와는 운전했을 때 느낌이 다릅니다. 엑셀을 밟으면 속도가 붙고, 각도에 따라 탄력도 더 붙긴 하는데, 휘발유차의 그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게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감성이긴 한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골프장이나 놀이공원 등에서 전기차 시승 한번 해보시란 말 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타면 일단 차와 뭔가 다른 느낌. 그 이질감!
볼트는 그게 없습니다. (같은 날 시승한 분 중에 E미니(미니 전기차)를 타보신 다른 분이 계셨는데, E미니는 휘발유차와 다른 주행감성이 그대로였다고 하네요.) 또한 전기차는 정말 무거운 배터리가 실리다 보니, 운동성능에 있어서도 제약이 있기 마련입니다. 무거우니 늦게 달린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거동이 둔해진다고 할까요? 그런데, 볼트는 역시 그런 거 없었습니다. 특히 핸들링은 평균의 국산차(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미완의 전동식핸들')보다 더욱 좋게 느껴졌습니다. 음..느껴지는 힘은 2000cc정도 타는 기분이었구요.

아, 한가지! 브레이크는 조금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게 처음 타는 사람은 좀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잘 멈추는데 어떤 상황에서는 조금 더 깊게 혹은 강하게 밟아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에서 느낄 일이 많습니다.) 뭐랄까요. 제동-브레이크 페달의 기계적인 장치 사이에 뭔가 더 추가된 느낌? '밟으면, 멈춘다'가 아니라, '밟으면,뭔가 개입하고,멈춘다'의 느낌. 아마 제동시 발생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회생시키는 시스템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또 전기차다 보니, 아무 소리가 없습니다. 뭐 전기차에는 엔진음이나 배기음을 억지로 넣어야 한다는 얘기를 신문기사에서 본 적은 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절대 모르더군요. 모르다보니 안 비켜줄 수 밖에요. 크락션 누르기도 참 애매하고... 다른 이유로 뒤를 돌아보고선 움찔하는 아주머니께도 괜히 미안했습니다. 

일단, 압구정에서 헤이리까지는 전기의 힘으로만 달렸습니다. 헤이리까지 가니(약 60km?) 배터리가 다 되더라고요.
아마 보통의 전기차였으면, 헤이리 도착 직전부터 가슴을 졸이며 충전할 곳을 찾아 헤메야 했겠지만, 볼트는 휘발유 엔진의 존재 덕분에 그럴 필요 없었습니다. 헤이리에 도착해서도, 올 때도 마음 편히 달렸습니다. 볼트의 장점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었죠.

아래의 사진이 제 주행기록입니다.
처음 59.4km는 충전된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로만 달렸구요. 돌아올 55.4km는 휘발유를 사용했습니다.
총 주행거리는 114.8km인데, 휘발유는 4.5리터를 사용했네요.(연비로 따지면 리터당 25.5km)
휘발유 연비만 본다면 55.4km/4.5L니까 리터당 12.3km인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국내에 볼트가 출시된다면, 아마 일반차처럼 대량판매되진 않을 겁니다.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기에 많은 이들이 택하긴 힘들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쉐보레가 경쟁사에 비해 차별성과 앞선 이미지를 어필하기에 볼트만큼 좋은 아이템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국내에 한정판매 방식으로라도 팔린다면 좋겠습니다. 



 개인 차고가 없는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입맛만 다시며 바라만 봐야겠지만요.<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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