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솔직담백시승기

쉐보레는 단촐하다는 당신에게 (feat.트레일블레이저 시승기)

오토앤모터 2020. 3.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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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허전해. 그렇지 않아?"

"아니, 미국에서야 이게 스탠다드일 지 몰라도 한국에서 차 팔려면 이런 옵션 정도는 넣어줘야지.."

"얘넨 한국에서 차 팔 생각 없는 것 같애..."

"한국 소비자들이 이런 거 인정하겠어?"

"기본기 좋은 건 알겠는데, 언제까지 기본기..기본기.."

 

쉐보레의 신차 시승회에 가면,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었다.

뭔가 부족한 마감. 허전한 실내.
투박해 보이는 미국차 감성 특유의 그 무언가.
돈을 더 주고도 갖출 수 없는 편의 옵션.

그런 것들이 쉐보레 신차들에는 공통적으로 꼭 존재했다. 

 

사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차는 거기서 거기였던 것 같다.(당시엔 GM대우였으니까 국산차라 하자.)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인테리어,옵션,감성품질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면서 경쟁차들은 뒤떨어져 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시승하기 전, 자주 가던 IFC몰에서 전시되어 있던 것이 기억난다. 먼저 살펴볼 수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트레일블레이저 신차발표회 사진

 

여태까지 쉐보레 차들이 그러했듯, 트레일블레이저도 그럴테니까.

"투박한 실내와 옵션,
애매한 가격,
기본기는 뭐 좋을테고..
SUV를 잘 만드니까, 뭐가 좀 다른 점이 있으려나...."

하고 큰 기대감 없이 살짝 궁금한 정도였다.

 

그런데, 시승차를 받은 날, 대리 기사분이 삐딱하게 대놓은 차를 다시 주차하기 위해 운전석에 앉아보곤 깜짝 놀랐다.

그동안 쉐보레 차에서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스위치나 실내 인테리어도 소재나 재질이 "어??" 싶을 정도였다.

매일 츄리닝만 줄기차게 입고 다니던 동네 친구가, 어느날 결혼식 간다고 멀끔히 꾸미고 나왔을 때의 그 생소함이랄까.

"오!"하고 절로 탄성이 나왔다.

찬찬히 살펴보니, 실제로 그랬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가장 불만이었던 사항-상위의 대형SUV 트래버스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소형SUV인 트레일블레이저에는 장착되었다. (덕분에, 이 차를 타고 5인 가족 자동차 여행에 도전했다.)

소형SUV임에도 트렁크에는 5인 가족의 겨울여행 짐이 무리없이 들어간다. 

 

화려한 치장이 아닌, 본질 중심의 듬직한 4륜구동 시스템. 겨울 산길을 마음 놓고 달렸다.

 

전륜구동 선택 주행시 완전히 후륜에 동력을 차단하여 효율을 높인 4륜 구동 시스템도 그렇고,
차선이탈경고, 차선유지보조, 전방충돌경고, 전방거리감지, 보행자 감지 제동, 자속 자동 긴급 제동.. 소음을 줄이는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 통풍/온열시트, 2열 안전띠 감지, 자동트렁크 등등

만약 자동차가 살아서 말을 할 수 있다면, 라디에이터 그릴를 실룩거리며 "아니..대중차에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해??"하고 반문해야 할 거 같은 옵션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

경쟁차에선 아직 찾기 힘든 애플 카플레이도 무선 연결이 가능했다. 단순하면서, 작은 변화인 것 같지만 실제 운전자 입장에서는 감동적일 정도로 편리한 옵션 중 하나였다.

소재도 재질도 그동안의 쉐보레와 확실히 달랐다.

 

변속기의 다양한 소재와 재질 반영을 보라! 이게 정녕 쉐보레인가? 더불어 수동변속 스위치의 위치도 드디어 바뀌었다!

 

이런 미묘한 일이 대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아니...쉐보레가 갑자기 왜? GM의 브랜드 정책이 바뀌기라도 했나?

얘기를 들어보니, 디자인,설계,엔지니어링, 생산 등이 국내 주도로 이뤄지면서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전까지는 GM의 글로벌 생산 체제 환경에서 "우리 이런 옵션 좀 넣어줘"하면, "그게 왜 필요한데?" "그렇게 바꿔서, 너네 몇대나 팔 건데?"식의 중간 컷을 당했다면,

이번 트레블레이저는 기획부터 생산까지 많은 부분이 국내 주도로 이뤄지면서 국내 소비자 취향을 많이 반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국내에 있는 GM의 생산 기지, 디자인 센터 등의 역할이 빛을 발했고, 역으로 말한다면 트레일블레이저가 성패가 앞으로 한국GM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키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의 주인공, 트레일블레이저의 시승 느낌은 어땠을까?

다음 편에 계속해서 이어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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