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타다를 타나

2019.07.10 08:00자동차/국내이야기

처음엔 사실 호기심이었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궁금증이랄까?
그런데, 그 한번이 중독성 있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나는 타다를 꾸준히 이용할 것 같다.
아마도 '타다'가 당장 잡히지 않고, 심지어 빈 택시가 눈 앞에 있더라도, 급하지 않다면 나는 타다를 기다릴 확률이 상당히 높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택시보다 '타다'가 좋은 이유를 몇 가지 추려봤다. 

첫번째, 감성품질
택.시.냄.새. 
4글자만 써도 다들 연상되는 그 냄새. 차멀미가 없는 나도 왠지 오래타면 차멀미가 나야할 거 같은 그 냄새. 
우선, 그 냄새가 없다. 대신 디퓨저의 좋은 향이 은은하게 실내를 감싼다.

마찬가지로 실내도 깨끗하다. 뭐랄까. 택시,버스,지하철 등 공공이동수단을 타면 느낄 수 있는, 아무리 청소가 되어 있어도 '공공재'구나 하는 느낌? '타다'엔 그런게 없다. (어쩌면 아직까지는 차량들이 새차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의 관리된 차를 탄 느낌이랄까.

93.1 클래식FM을 틀어주는 것도 좋다.(문득 국악이 나오는 시간에는 무엇을 트나 궁금해졌다.) 사실 탈 때도 황송할 정도로 정중하게  묻더라. '음악은 괜찮으십니까.'
택시를 타면, 거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듣게 된다. 심심한 택시 기사 아저씨들에겐 좋은 벗일지 몰라도, 나에겐 아니다.
사실 기사의 취존(취향존중)이냐, 승객의 취존이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타다'를 타고서야 나는 깨닫게 됐다. 돈을 내고 받는 운송 서비스임에도 그동안 택시 기사님의 취존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온도도 적절하다. 기사님이 탑승시 친절하게 '불편하면 얘기하라'고 얘기하지만, 카니발에는 2열에 온도조절장치와 바람이 나오는 공조장치(일명 바람구멍)이 모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얘기할 필요없이, 내가 조절하면 된다. 

자동차 메이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이 이른바 '감성품질'이다. 감성품질이 중요시 되는 고급차량들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을 만족시키는 것 외에도 운전자가 만지는 모든 부분의 인테리어 소재의 질감, 버튼을 눌렀을 때와 레버를 만졌을 때의 촉감, 새차냄새 대신 기분좋은 가죽냄새, 방향지시등의 똑딱거림 등 탑승자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타다'는 운송'서비스'임에도 이런 감성품질의 차이가 느껴졌다. 의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듯 시각적,청각적,후각적으로 확실한 '품질'의 차별성이 있고, 아는 승객들에게 '뭔가 좋네'하는 기분을 들게 할 것이다.

 

두번째,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다.
카카오택시 같은 택시앱호출도 마찬가지지만, '어디로 가주세요'가 없다. '어디서 내려주세요.' '아저씨 저기서 우회전이요' '저 골목이요' 세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요금 결제도 필요없다. 현금 내밀고 거스름돈을 기다릴 필요도, 카드 내밀고 영수증발급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등록된 카드에서 자동결제다. 심지어 문을 열고 닫을 필요도 없다.(이거 별 거 아닌데, 굉장히 편하다. 사소하지만, 큰차이가 느껴지는 2%서비스다.)

'나 어디까지 왔으니 조금만 기다려'도 필요없다. '너 어디니' '거의 다왔어?' 더 이상 궁금해 하지 말자. '야..거의 다왔어. 바로 앞이야. 3분.3분.'같은 거짓말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실시간위치코드를 보내면, 일정시간동안 실시간 이동상황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들만 태워보낼 때도 안심이다. 

(나는 사용 안해봤지만) 예약호출이나 정기호출 되더라. 노심초사 호출 누르고 콜 받나 안받나 기다릴 필요도 없겠다.

그저 목적지만 지도에서 잘 찍어주면 그걸로 끝이다.

세번째, 안락하다. (나에겐 가장 큰 이유다.)
일단 차가 큰데서 오는 장점이다. 공간감,거주성이 좋다. 일단 익숙해지면, 택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승차감은 세단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세단의 승차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택시+운전기사님의 조합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공간에서 오는 만족도는 굉장히 크다.
'탈것을 탄' 게 아니라, 이동하는 '공간에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동하는 시간을 100% 활용할 수 있다. '타다'를 타고 내릴 때까지는 온전히 독립된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이다.

이는 기사님들의 운전행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타다'는 과속이나 위반이 없다. 괜히 불안하게 차선을 물고 달리거나, 거칠게 모는 것도 없다. 매순간 방향지시등 켜는 것까지 정석이다. 어떤 택시들을 타면, 몸은 승객석에 앉아있지만, 정신은 운전석에 있는 경우가 있다. '어어????'하고 무의식중에 오른발을 내뻗어 브레이크를 밟는 동작을 한다던가, 끼어들기, 끼어주기를 신경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단언컨대, 편안한 운전을 하면 전혀 내가 기사로 빙의할 일은 없다.

자율주행이 보급되면, 아마도 다른 공공교통수단들 보다 '타다'의 승객들이 거부감이나 이질감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독립적으로 느껴진다.

 

최근 뉴스를 보니 뭐, 문제도 있더라.
최근 발생한 사건- 타다 운전기사들의 단톡방에 승객들의 사진,뒷담이 오갔다는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건 '타다' 전체의 문제라기보다 개인 일탈의 문제 아닌가. 예컨대 과거에 일어난 몇몇 택시 살인,강간,강도 사건을 가지고 '택시는 위험한 교통수단이다'라고 일반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쨌든 기사의 자질,인성 문제는 운송서비스 업계에서 더욱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존 택시업계와 충돌도 심하다. '혁신도 아닌, 앱하나만 들고서 어쩌구' 하는 사람도 봤다. 뭐..혁신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동안 택시업계는 혁신도 아닌, 그 조그마한 변화를 하지 않고 무얼 했나.

난 지금도 묻고 싶다. '타다'는 고작 1000대다. 택시수나 이미 깔린 인프라는 기존 택시 업계가 훨씬 크고 많다. 그들 말대로 조금만(!) 변화하면 훨씬 유리한 게임이 아닌가? 기사 한사람 한사람의 변화를, 게다가 수십년간 해오던 서비스 행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바꿔야 살아남는다.

나 역시도 위에 열거한 장점들을 택시에서도 찾을 수 있다면, 택시와 '타다'를 가릴 이유가 없다.
만약 변화가 없다면? 나는 '타다'를 계속 애용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