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차 쉐보레 이쿼녹스, 그리고..

2019.06.03 08:30자동차/해외이야기

미국 여행의 후반부는 쉐보레 이쿼녹스와 함께 했다. 

시승한 차량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가솔린 모델.
남의 떡이 커보이기 때문일까? 시승 내내 국내에도 가솔린 모델이 출시되었다면, 차별화 및 경쟁력이 좀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쉐보레 이쿼녹스가 흥행 참패한 원인은 무엇보다도 초기 런칭 가격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난 이후에야 판매 가격이 하향 조정되었는데, 소비자의 마음은 이미 식을대로 식어버렸다.

크루즈에 이은 전략적 실패다. 높은 가격 때문에 상품의 차별성과 우수성이 묻히고, 가장 주목받을 시기에 고객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한참 후에야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한국 지엠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금 더 신속하게, 조금 더 한국친화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이보다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미국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지엠이 글로벌 트렌드와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준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시류의 큰 흐름이 작은 지천까지는 이르기 힘들어서 그런 것일까.

미국 여행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다. 특히 3월의 한국은 연일 미세먼지 오염 수치를 갱신하며 나라 전체가 회색빛으로 물들었던 반면, 미국은 청정 그 자체였다.
이렇게 날씨가 깨끗하고 하늘이 푸른 빛 그대로를 드러내면, 자동차 역시 원색 계열의 차량이 훨씬 빛난다.  

시승한 차량은 1.5 가솔린 터보 모델. '에? 이런 차체에 1.5 가솔린 터보가 부족하지 않은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겠다. 결론은 다운사이징이 교과서적으로 잘 이뤄졌다. 연비는 탁월했고, 일상 주행에서 출력의 부족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원표 상 최고 출력 170마력, 28.0kg.m 최대토크를 기록하는데, 실주행에서 느끼는 반응 또한 이와 비슷하거나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느낌이었다. 물론 최고속으로 향하는 고속주행 이나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언덕길에서는 1.5리터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1.5 가솔린 터보엔진은 확실한 장점이 있다. 디젤 엔진에 비해 소음이나 진동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도시형(혹은 도심형) SUV는 '연비가 매우 증요시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솔린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올해 말에는 쉐보레의 대형SUV인 트래버스가 출시된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미국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함께 대형 SUV 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제품이다.
미국 시장 자체가 픽업트럭과 더불어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내내 컸던, 그리고 여전히 큰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그만큼 그동안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 하반기 국내 출시될 트래버스가 크루즈, 이쿼녹스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