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국내이야기

서울 모터쇼에서 느꼈던 왠지모를 씁쓸함

오토앤모터 2011. 4.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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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서울 모터쇼 프레스데이였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산의 KINTEX로 향했죠.
한 2년만에 가보는 셈인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을 새로 짓고 있더라고요. 알고보니 킨텍스 제2전시장이라고 하는데, 스케일이 워낙 방대해서 마치 중국의 계획빌딩을 보는 듯 했습니다. 자가용으로 가시는 분들은 아마 KINTEX인터체인지를 지나면, 제가 어떤 건물을 이야기하는지 단박에 아실 겁니다.

각설하고요. '초특급 친환경 모터쇼'를 표방하는 서울모터쇼에 다녀온 느낌은, 글쎄요... 나이가 먹어서인지 예전에는 모터쇼장을 갈 때면, 환희와 감동적인 부분이 꼭 있었는데, 이번 서울 모터쇼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뭐랄까,, 종합자동차전시장 같다는 느낌..

대표적인 씁쓸함 몇가지를 얘기해 볼까 합니다.

1. 사람 정말 없더라.
보통 프레스데이가 일반관람일에 비해 여유가 있긴 한데, 이번 서울모터쇼는 유난히 여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한창 사람이 몰릴 피크타임임에도 마치 아침에 개장한 시간대라는 느낌까지 들어서, '도대체 지금 몇시지?'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한적하고 여유가 있어서 좋긴 했는데, 행사관계자는 아니겠죠. 일반 관람일에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2. 주객전도1- 서울 국제 므흣모델쇼
저는 모터쇼가 레이싱걸쇼나 모델쇼가 되어버리는 국내 모터쇼가 아쉽게 생각되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다만, 모델이 주목받는 것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좀 아쉽다'하는 정도죠. 사실 모터쇼 흥행의 요소이기도 하고, 또 모델을 통해, 자동차가 시선을 받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좀 심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도대체 어디서 오신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모델들한테 반말 찍찍 던지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며 노출포즈를 요구하는 분들이죠.


예를 들어볼께요. 위에는 혼다 시빅 컨셉의 전시 모습인데요. 이 모델, 치마도 상당히 짧고, 상의의 가슴골도 깊이 파여 있습니다. 상당히 눈길을 끌죠. 덕분에 단조로운 시빅이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서 사진을 찍던 어떤 분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쭈그려 앉아봐라.' , '좀 숙여서 앞에 기구에 기대어봐라.' 뭐.. 저 짧은 치마에 쭈그러 앉으면 어떤 모습이 나올지 뻔히 연상되지 않습니까? 옆에서 듣던 저도 인상이 찌뿌려질 정도였는데, 꿋꿋이 묘한 포즈를 요구하시던 그 아저씨. 대체 정체가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누구냐 넌?

3. 주객전도2- 기념품 콜렉터와 무질서
와.. 예전에 중국의 모터쇼에서 무질서를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그 중국에서의 무질서가 연상되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었습니다.
프레스데이는 일반인이 아닌 미디어,업계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만큼, 각 부스에서 보도자료와 함께 소정의 기념품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것만 전문적으로 받아가시는 헌터(!)분들이 계시더군요.
심지어 모 인기 수입차 브랜드 부스에선 미디어 소개행사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기념품을 받기 위해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몰려드는 공포의 러쉬 순간이 있었습니다. 4드론6저글링도 생각나고, 좀비영화도 생각나고, 중국의 무질서함도 생각나는 것이 좀 씁쓸했습니다. 모터쇼 좀 자주 열어야 겠어요.

토요타 부스에서 기념품을 받기 위한 인파들. 많이 정리된 상황입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미디어행사가 끝나자 마자 안내데스크로 몰리는 인파



4. 친환경 모터쇼? 그것도 초특급? 정말?
애초 제가 글을 통해, '초특급 친환경 모터쇼'를 표방한 서울모터쇼가 어떤 전시행사를 열지 자못 기대된다라고 썼는데요. 음.. 역시 친환경차 몇대 가져다 놓은 걸로 친환경 모터쇼라고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계자분들 중에 혹시 지난 파리모터쇼 다녀오신 분 안계신가요? 해외모터쇼 좀 다니면서 좀 벤치마킹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초특급 친환경 모터쇼'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방문자가 '와...친환경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구나.얼마 남지 않았어.'하고 느낄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친환경 모터쇼가 아닐까 합니다.

아우디 전기스포츠카 e-tron. '실제 주행가능한 전기차'라는 인식보다 '특이한 컨셉카네'하고 지나칠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5. 관람객의 눈길을 끌 볼거리가 부족하다.
모터쇼는 볼거리가 많아야 합니다. 그리고 모터쇼에서 볼거리 중 하나는 역시 일반인이 거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값비싼 명차들이겠죠. 물론 볼거리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분명 일부이고 사람들의 눈길과 관심을 끄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전시장에서보다 집으로 돌아올 때 KINTEX주차장에서 가슴 떨리게 하는 차들을 더 많이 본 거 같습니다.  우스개이긴 했지만, 같이 간 분들도 동의하더군요. 



6.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감명깊은 것 두가지.
너무 씁쓸한 맛만 느끼고 돌아온 것 같나요? 이런 와중에도 감명깊은 순간은 있었으니, 하나는 포르쉐 918의 영혼을 울리는 포르쉐 노트였습니다.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느라 지친 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영혼의 깊숙한 곳까지 울리는, 그 간결하면서도 강한 배기음이 전시장에 우렁차게 울려퍼지던 그 순간을 전 잊지 못할 겁니다. 아마 여기도 포르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계실텐데, 아쉽게도 918은 프레스데이에만 전시한다고,,,,,,,,,,,(약올리는 거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요,,,,,,,근데 사운드가 정말,,,,아우,,,)



아.. 그리고 쉐보레관에 전시된 컨셉스포츠카 '미래'도 꼭 보시길 권합니다. GM의 서울 스튜디오의 한국인 디자이너 2명이 디자인하신 거랍니다. 정말 멋지더군요. 계속해서 세계 모터쇼에 출품되어 선보일거고, 이 디자이너 2분은 유명세를 좀 타실거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을 털어놓다보니 너무 씁쓸함만 느낀 것 같죠? 기대가 커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볼 가치도 없다'수준의 행사는 분명 아니었구요. 나름대로 신경을 쓴 흔적은 보이고, 또 분명 '가볼만한 행사'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들을 정리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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