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솔직담백시승기

[시승기] 랜서 에볼루션을 3박4일 체험해보니

오토앤모터 2009. 7. 1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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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앤모터에서는 지난 3박4일간 란에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길고도 짧은 시승 시간동안 란에보에 대한 느낌을 총 4회에 걸쳐 여러분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특집시리즈 - 공도의 제왕, 란에보 시승기


오늘 전하는 것은 3편 분석 시승기입니다.



시동은 얌전하게 걸리는 편이다. 여러가지 잡소음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무릇 스포츠카란 소음으로 판단하는 차는 아니다. 운전자를 처음 맞이하는 계기판. 계기판상 300km의 속도도 상당히 인상적으로, 이 차의 포텐셜을 짐작케 한다.


시트도 좋고, 기어변속기도 마음에 든다. 시프트록이 특이한 방식인데, 기어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왠지 더 스포티한 맛이 난다.

기어봉 아래에 손가락을 걸고 올리면 기어레버를 조작할 수 있다.

계기판의 속도계 위치가 특이하다. 일반 승용차의 시속60km 위치에 80km가 새겨져 있다.
12시 방향에는 180km 계기가 위치한다. 보통 승용차의 경우 80~120km의 숫자가 위치하는 자리다. 때문에 엑셀을 밟고 달리다보면, 속도감도 그렇고 대강의 계기판의 위치상 시속120km 정도 달린다고 생각하다가 계기판의 숫자를 자세히 보고 깜짝 놀래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뿐 아니라, 시속180km까지 무리나 저항감 없이 부드럽고 빠르게 치고 올라간다는 뜻이다.

란에보 속도계엔 300km까지 있다. 혹시 당신의 차는 얼마였는지 기억하는가?

연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극악의 연비라 부르는 란에보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서인지 개인적으로 그다지 극악이진 않았다.
시속105키로미터로 크루징시, 오르막 내리막에 따라 리터당 8-11km까지 나온다.  시속100~110km로 정속주행시 리터당 9-12km 정도의 연비도 기록한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시원스레 지져주면 순간연비가 리터당 2-5km대로 뚝 떨어진다.유지비는 3000cc 가솔린 차량 정도면 될 것 같다. 

사실 크루즈 주행으로 노멀/스포츠 모드의 연비 테스트를 계획했으나, 필요성을 못 느껴 관뒀다. 시끄럽고,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테스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핸들 사이즈는 빠른 조작에 용이하게끔 일반 보다 작은 사이즈다.  덕분에 코너에서도 재빠른 핸들링을 도모할 수 있고, 조작감도 좋다.



코너웍시에 아무런 느낌이 없다. 다른 차들의 경우 횡가속도를 느껴야할 범위에도 단단한 하체, 차체강성, 레카로 버킷시트, S-AWC까지 합세하여 코너를 직선으로 펴서 달리는 느낌이다. 마치 땅을 접어 달린다는 축지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몸의 요동도, 차체의 불안정도 느낄 수 없다. 그 어떤 코너도 칼처럼 자르고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날로 눈을 자르고 나가는 카빙턴의 느낌이라면 쉽게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설사 물리학적 법칙을 거스를만큼 빠른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예리한 코스를 진입하더라도 누군가가 차의 앞,뒤,옆을 툭툭 쳐주며 무사히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종해준다. 물론 실제 누군가가 있거나, 신의 가호가 란에보와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S-AWC라 불리우는 미쯔비시가 수십년간 랠리에서 갈고 닦은 집약된 기술 덕분이다.S-AWC(Super All Wheel Control)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ACD,AYC,S-ABS,ASC 네가지 기술을 통합한 4륜 제어시스템이다.

각각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ACD(Active Center Differential)는 4륜에 적절한 구동력을 배분하여 힘을 균형을 맞춰 운전자가 바라는대로 조정이 가능하게끔 해준다.

AYC(Active Yaw Control)는 좌우로 전달되는 힘을 조절하여 급회전시등 어떤 도로상황에서도 차량 균형을 유지시킨다. 특히 Yaw모멘트를 최적상태를 컨트롤하여 높은 회전능력을 발생시킨다.

S-ABS(Super Anti-lock Brake System)는 일반 ABS보다 제동거리가 훨씬 단축되었다. 특히 요레이트,브레이크압 등의 센서를 추가해서, 제동력과 조타성능을 높였다.

ASC(Active Stability Control)은 4륜 브레이크의 제동과 엔진출력을 제어함으로써 빗길,빙판길에서 발진가속시 트랙션을 향상시키고 불안정한 지형에서 차량이 정상적인 궤도 진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4번째 사진에서 보듯,100km이상의 고속턴에서 차가 스키드음을 내기 시작하자 S-AWC가 적극개입하여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금 더 과격하게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고, 차를 날린다. SUV였으면 전복을 걱정했어야할 것이고, 일반 세단이었으면 예측불허 제어불능 상태의 차체를 가다듬느라 진땀 깨나 뺐을 것이다.  하지만, 란에보는 타이어가 그립을 잃고 미끄러지기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자세를 잡아줬다. 이는 여태 개인적으로 경험한 그 어떤 주행보조장치보다 믿음직스러웠다. (때문에 더욱 운전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갔지만, 실력도 부족하고 일반도로에서 란에보의  제어불능의 한계치가 어딘지 테스트할 수 없었다.)

이것이 미쯔비시가 랠리에서 수십년간 갈고 닦은 랠리기술의 결정체 - AWC의 위력이었다.
참고로 란에보로는 북악산 스카이웨이의 대부분의 와인딩 코스 정도는 60km로 유지하고 달려도 그냥 무난하게 주파할 수 있다. 

란에보의 이런 특성 덕분에 코너가 예리하면 예리할 수록,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 들정도로 박진감 넘치고 재밌다. 직선도로 보다는 구불거리는 와인딩 코스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고속 직선 주행보다는 산길 국도 코스가 더욱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더 말할 필요없다. 밟으면 '끼이이익'도 아니다. '깩!'하고 선다.

란에보만을 위한 초경량 BBS휠과 이름만 들어도 믿음직한 브렘보 브레이크(앞18인치,뒤17인치)

따로 원선회를 배우고 드리프트를 연마할 필요도 없다. 란에보는 운전자가 특별한 드라이빙 기술이 없어도 프로 드라이버처럼 만들어 준다. 이차의 진정한 재미는 랠리머신이라는데 있다. 실제로 양산차 그대로 랠리대회에 나가도 손색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허머와도 비슷하다. 허머 역시 전장을 누비던 전투용 차량을 가져다 일반도로에 맞게 순화하여 양산화했다. 란에보 역시 랠리머신 거의 그대로 도로 위로 가져다 왔다. 일반적으로 양산차량을 튜닝하여 스페셜화한 것과 다르다.

초보자도 랠리드라이버처럼 박진감 넘치는 운전을 할 수 있다. 차를 미끄러트려도 쉽게 자세를 잡을 수 있으므로, 마음놓고 핸들을 돌리고 미끄러뜨릴 수 있다.

란에보 시승기간 동안, 아내를 비롯하여 운전대를 잡은 지인들에게 닳도록 얘기했던 세 마디."잡아채!" "돌려!" "날려!"

모두들 처음엔 기존의 상식으로 감당못할 속도와 코너라 생각했지만, 위 세마디에 핸들을 잡아채고, 돌리고, 차를 날리며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드라이빙의 환희를 경험했다. 그리고 난 시승기를 쓰면서 그들의 공포.놀람.기쁨이 공존하는 표정과 탄성이 아직도 떠올라 웃음이 난다.

이쯤이면 란에보를 수집한다는 성룡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나 역시도 여유롭다면 란에보 한대쯤 모셔두고, 가끔씩 트랙이나 와인딩 코스에서 짜릿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큼지막한 리어윙은 묵직한 다운포스를 제공해준다. 다만, 룸미러 한가운데를 차지하여 후방시야가 불편한 점은 있다.

6200만원이 비싸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가격대에 이만한 성능을 뽑아내는 차는 없다는 것이다. 글쎄, 6000만원이면 국산 스포츠카를 사서 터보올리고 서스펜션,스프링,휠,타이어 등등 모두 란에보에 버금가게 튜닝을 한다 치자. 종합적인 차체 밸런스나 완성도 그리고 S-AWC 같은 기술력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 (일례로 란에보는 워셔,배터리를 후방에 배치했을만큼 무게배분에서도 신경을 썼다.) 또 그 내구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돈을 더 주면 가능하겠다.그런데, 그래서 얻는게 뭘까?

 
란에보를 2시간쯤 시승했을까. 머리가 아파온다. 놀이기구를 오래타면 머리가 아파오듯 아픈 머리일수도 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실내의 공진음도 한몫한다. '웅우우웅웅'거리며 실내를 울리는 공진음은 RPM이 4000이상을 기록하면 난다.  어쨌든 머리가 아프든, 몸이 피곤하든 간에 그래도 차를 타러 나가고 싶어지는 것은 란에보의 마약같은 매력덕분이다.



타고나면 막 놀이기구를 타고 난 것처럼 어질어질한 기분도 든다. 그만큼 횡가속도라든지 일반적으로 승용차에서 체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겠지만, 이 의미는 이차가 첫차로 문제는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20대 남성, 미혼, 드라이빙을 미친듯이 즐기는 사람이라면 첫차로도 손색이 없다.

란에보는 모든 면에서 젊다. 이전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포르쉐가 외려 묵직하고 중후한 드라이빙 느낌이 들정도  란에보는 경쾌하고 젊은 감각으로 사로잡는다. 오디오 역시 중저음 우퍼에 빵빵하다. 유명한 락포트 제품이다.

트렁크도 좁다. 인테리어도 꽝이다. 가격도 비싸다. 많은 단점들을 얘기한다.

하지만 란에보의 운전대를 잡으면, 콩깍지가 씌인다. 이러한 단점은 보이지도 전혀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마치 첫사랑에 빠졌던 10대의 열렬한 순애보처럼,사랑의 열병이 제대로 걸리면 란에보의 단점이란 눈과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단점이나 결점이란 '그저' '별거 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드라이빙의 짜릿한 그순간 순간을 즐기고 미친듯이 즐길 뿐이다. 란에보는 운전자를 그렇게 만들 정도로 뜨겁고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수입차 전문 블로그-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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