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해외이야기

독일 렌터카 여행 중 유럽한파를 절감한 이유

오토앤모터 2012. 2.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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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전조현상이 있었습니다.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

춥기는 했지만 내내 맑은 하늘이었다가, 차를 렌트하려는 당일 아침부터 내린 눈은 사실 그 서막에 불과했죠.

여행을 떠나기 전 서울도 추웠지만, 유럽에는 그보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쳤습니다.
말은 알아듣진 못하지만 TV에는 매일매일 강추위 속에 동사 소식과 함께 차가 트러블을 일으키는 장면,사고 장면, 강이 얼어붙어 배가 운행을 못하는 장면, 그 강 위에서 사람들이 스케이트 타고 경찰이 제지하는 장면까지 강추위와 관련한 뉴스와 아침방송을 지겹도록 볼 수 있었습니다.

차를 빌리러 Hertz에 갔습니다. 폭스바겐 폴로를 예약했지만, 제게 주어진 건 포드 S-MAX의 키.
독일까지 와서, 미국차라... 내키진 않았지만 뭐 나쁘지 않았습니다. 차도 넓고, 인포테인먼트도 잘되어 있고, 주차센서도 다 달려 있어서 부담도 없습니다. 일단 타이어부터 확인합니다. 오케이. 스노우 타이어 좋습니다.
일단 간략하게 한줄 시승기, 가장 인상깊은 점을 꼽으라면 시야가 참 좋습니다. 특히 A필러 부분이 독특하게 생겼는데, 이 때문에 전면 및 측면부 시야가  확 트여서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어쨌든 주차장에 가서 제 차를 확인하고 트렁크를 열었는데 열리지 않습니다. '어.. 이상하네.'
차문을 열었는데 열리지 않습니다.설마 얼어붙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두번 세번 힘을 줘 당긴 후에야 "쩍!"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아마도 세차를 하고 그대로 얼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이 웃지 못할 촌극은 주차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주차권을 차단기에 넣기 위해 창문을 내리려는데 안 내려갑니다.아무리 열림버튼을 눌러도 잉잉거리기만 할 뿐, 도무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창문도 얼어붙은 것입니다. 정말...뒤에 차가 없었던 것이 다행입니다.


도로 위에 나섰습니다.
난 이방인입니다. 때문에 가뜩이나 조심스럽고 위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위축감은 경험상 한두시간 운전을 해야 풀리고 자연스럽게 해당지역에 녹아드는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눈까지 내리니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통행이 드문 도로에서는 제동능력 확인을 위해 브레이크를 세게 몇번 밟아보기도 했습니다.

한적한 마을의 도로를 지나, 속도는 무제한, 엘란트라가 포르쉐를 따고 포르쉐 운전자가 따봉을 하던 그 추억 속의 아우토반에 진입합니다.
와.. 대단합니다. '난 이방인이니까, 게다가 빙판길이니까 조심조심 가자.' 했는데 흐름에 맞춰 달리다보니 120-150km입니다.그 빙판길에도 추월선인 1차선은 무섭게 달리는 차들이 있습니다. 따봉을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눈도 오는데다 길도 깨끗하지 않으니, 전면 유리창이 더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창을 닦기 위해 워셔레버를 당겼습니다.
와이퍼가 움직입니다.
한번, 두번, 세번...
그런데 워셔액이 분사가 안 됩니다.

다시 당겼습니다.
한번,두번,세번...
그래도 안됩니다.  다 끝났을 거라 생각했을 때, 아직 남은 한파의 잔재가 있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심각한 것은 본의와는 다르게 와이퍼가 이물질들을 유리창에 골고루 발라줘 버린 겁니다.

옆창으로 보면 분명 선명한 날씨인데, 전면 유리창은 안개 낀 도로입니다.

워셔액이 얼었나 싶어 중간에 레버를 몇번을 당겼지만, 상태만 더 심각해졌습니다.
더가면 위험하겠다 싶어, 휴게소에 차를 세웠습니다.
보닛을 열고 워셔액 통을 열었습니다. 워셔액은 만땅입니다. 혹시나 싶어 손가락을 넣어 워셔액을 만져봤더니 액체반 고체반 살짝 얼어있는 상태입니다. 아마 노즐이나 분사구까지 연결되는 부위 어딘가가 얼어있을 것 같다는 자체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재밌는 건 저 말고도 이런 차들이 몇 대 더 보였습니다. 다행히 덜 쪽팔렸습니다.

임시방편으로 가지고 있던 생수를 뿌리고, 얼른 와이퍼를 작동시켜 깨끗이 잘 닦았습니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전면창 양 사이드로 방금 뿌린 생수가 이쁘게 슬러쉬상태로 연이어 고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바람이 안 부니까 한파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매서운 추위임은 분명합니다. 잉골슈타트까지 오기까지 휴게소에 한번 더 들러 창문을 한번 더 닦았습니다.

결국 잉골슈타트에서 허츠대리점을 찾아 우여곡절 끝에 차를 바꿨습니다.
차가 작은 차 밖에 없긴 한데, 안전상의 문제로 그곳 직원 생각에도 바꾸는 게 나을 거 같답니다. 저도 생각이 같아 바꾼 차는 포드 피에스타!! 또 미국차입니다.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출발을 위해 기어봉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나의 오른손을 반긴 건 10년만에 만져보는 수동변속기입니다.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엊그제 잉골슈타트에서 방방거리던 거 접니다.
후까시(?) 잡으려고 절대 그런거 아닙니다. 이자리를 빌어 아우디를 사랑하시는 잉골슈타트 주민께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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