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솔직담백시승기

솔직담백한 현대 아슬란 시승기

오토앤모터 2014. 12. 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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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과 식사 자리에서 아슬란과 관련한 우스개가 나왔다.

"제네시스와 그랜저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는데, 아빠를 아빠라고 엄마를 엄마라고도 부르지 못해.그렇게 부르지 말래"

하지만, 알사람은 다 안다. 이게 누구 자식인지. 누구와 쏙 빼닮았는지.




지난 주말 3박4일동안, 짧은 시간이지만 아슬란을 만나보았다.

예전 신형 제네시스 시승기에서 제네시스가 새로운 유럽 주행 감성과 현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철학 사이에서 굉장히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아슬란은 명확하다. 기존의 현대가 주었던 가치,주행감성을 그대로 따른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고 출렁출렁거린다.그런 것들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던, 고급차의 덕목이었던 과거 현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


기존 현대차에 향수가 있는 나이 지긋한 분들은 반길 수 있겠다. 현대차의 탄생부터 5위 생산대국이 되기까지 줄곧 현대차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형제네시스와 신형소나타에서 보여주었던 혁신적 변화와는 대비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다분히 마케팅적으로 나온 차라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 소나타와 제네시스가 예전보다 단단해진 유럽성향을 쫓아가면서 이에 대해 불만이 있었을 법한 소비자들 있었을 것이라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사람들 위주로 그럴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슬란은 그런 불만을 가진 이들을 정확히 겨냥했다.

가격대를 봐도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꽉 찬 스트라이크처럼 정확히 포진하는 모습이 '이 차의 목적'이 뚜렷해 보였다.




전반적으로 아슬란을 '신형 그랜저'로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슬란을 신형 그랜저로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랜저가 고급감,중후함을 회복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랜저가 젊어지면서 30-40대까지 소구했던 폭넓은 고객층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굳이 아슬란이란 이름의 신차를 내놓은 이유는 전통적인 노년의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오면서, 기존의 30-40대의 소비자도 잃지 않기 위함이다.

수입차에 밀려 조금씩 점유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존에 확보한 소비층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 때문에 나온 것이 2종류의 제품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기에 다음 그랜저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그랜저는 좀 더 젊은 세대를 공략하고 앞으로 현대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게끔 가져가고, 아슬란은 전통적인 현대의 운전자들 입맛에 맞게, 트랜드를 쫓기보다 전통적인 현대 승차감,주행감성들을 가져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개인적으로 이차를 평가해 보면, 나의 기준으로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없다. 때문에 현대가 고객층으로 제시한 '내가 만약 40-60대 오너라면' 기준을 두고 생각하기로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럼 아슬란의 뚜렷한 장점 하나가 떠오른다. 

제네시스보다 싸다.가성비가 좋다.

"나는 그랜저는 요새 너무 많이들 타고...그보다 고급차인 제네시스가 좋긴한데... 뭐랄까... 내가 필요한 것들 때문에 비싸면 납득하겠어..그런데 제네시스가 후륜에 퍼포먼스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데 난 사실 차이를 잘 모르겠고, 나한테 별 의미도 없거든...난 그냥 편하게 타고, 흔한 그랜저보다는 고급스런 차면 되는 거거든. 그런데 내가 효용을 못 느끼는 부분 때문에 가격이 확 비싸다 하면 나는 그런부분에 돈을 더 주고 사야하는 게 선뜻 내키질 않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아슬란은 단비같은 존재일 수 있다.




승차감면에서는 어땠을까? 기존에 현대가 가지고 있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요철을 넘을 때도 충격이 부드럽게, 하지만 파도치듯 출렁대며 줄어든다.  승차자 입장에서는 푹신하니 좋다라고 느낄 수 있는, 과거 고급차에서 많이 써먹는 요소 중 하나다.

실내 소음은 기존 그랜저보다 조용한 것이 느껴진다. 다만 시속 150km을 넘어가면서부터는 고급세단답지 않게 풍절음이 많이 들어오는데, 시승회 때 잠깐 탄 차량과 지난 주말 동안 탄 차중이 차이가 있어 추가확인이 필요할 듯 하다. 

실내의 경우, 기존 그랜저보다 진일보한 제네시스의 전면부를 차용하여, 고급감을 느낄 수 있다.

외장은 사실 개인적으로 사진보다는 실물이 훨 낫고. 고급스럽다. 다만, 그랜저의 후속작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이다.

2열 넓고 편안하다. 운전석에서는 한국지엠 알페온의 승차감이 많이 생갔났는데, 2열에서는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알페온은 작고 답답했는데, 아슬란은 넓다. 현대차의 차별화되는 장기다.



제동 역시 초반에 답력이 과하게 물려 있지않고, 서서히 답력이 증가하게끔 설계되었다. 초반에 깊게 밟아도 부드러운 정차가 가능하게끔 세팅되어 있다. 이 역시 다이나믹한 주행보다는 일반적 주행을 즐기는 자는 좋아할 수 있겠다. 다만, 지난 시승회에서 테스트 결과 브레이크가 상당히 많이 밀렸던 기억이다. 고속 외에도 시속100 km에서 0까지 등 몇 번 테스트 해봤는데 너무 밀려 의외였다.

핸들링도 상당히 가볍다. 이역시고속에서 불안해지는 요소중 하나지만, 이 역시 일반적인 주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편한 매력처럼 느껴질 요소다.

쓰다보니 시승기라기보다 분석기에 가까운데, 딱히 퍼포먼스에 대해서 남길 말이 없었다. 인상적인 부분 없이 기존 그랜저보다는 좋았다. 그리고 전통적인 현대차였다.




아슬란을 타다 보니, '한국인을,한국인의,한국인을 위한' 같은 단어가 머릿 속을 맴돌았다.

니치마켓을 잡고, 큰돈 안들이고 최소 투입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고 개발한 신차.

이와 관련해 '경직된 문화의'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재밌는 얘기를 들려줬다. 본인의 부장님이 아슬란이 나오자마자 '아슬란'을 반기며 샀더랬다.

이유를 물어보자 기존에 그랜저를 타던 부장이 차를 바꿀 시기가 되었는데, 그동안 모델을 고르기가 애매했다고. 마치 공식처럼 일반적으로 대리/과장은 소나타급에서, 차장/부장이 그랜저급에서 선택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다시 그랜저를 사기엔  애매하기도 하고, 차장도 마침 그랜저를 타고 있어 내키지 않았고, 제네시스를 사자니 임원과 겹쳐서 애매했는데, 마침 아슬란이 나와서 흔쾌히 선택했다고.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옥의 티 하나. 전반적인 차량의 철학과 안 맞는 싼 티 나는 트렁크 개폐방식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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