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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가 끄는 마차!? 재규어XFR 시승기

오토앤모터 2010. 7.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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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토앤모터입니다.
지난번 XFR의 내외관을 살펴본데 이어, XFR의 본격적인 시승기 시작해볼까요?

신나게 달려봅니다.
쓔우우우웅!



사실 이번 시승기는 제 맘에 드는 시승기 중 한편이 될 거 같습니다.
차를 탔을 때, 나에게 줬던 임팩트를 가감없이 잘 표현한 것 같거든요.
그 느낌이 모호하지 않고, 너무나 딱 떨어지기에 이번 글은 너무 쉽게 쓸 수 있었습니다.
사설은 여기까지하고, XFR을 만나보시죠.



아이들링 시 굉장히 조용합니다.
소음이 내부에 거의 유입 안 될정도로 억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동 시나 악셀링 시에는 정말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체감할 수 있는데요,
소음은 억제가 된 상태에서 고급스럽게 들려오는 '강렬한 사운드'입니다.



소음은 억제되었다고 하면서, 강렬한 사운드라니.. 사기나 말장난 아니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강렬하다는 의미는 물리적으로 크고 우렁차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감성적으로 운전자를 크게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정성적인 뜻입니다.

예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특히 유럽의 업체들은 배기음이나 엔진음을 줄이거나 숨기기 보단,
보다 좋은 소리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포르쉐 노트가 대표적인 케이스 입니다.
재규어 XFR 역시 사람이 가장 선호한다는 '테너C'톤으로 튜닝된 음향필터를 통해 이런 '강렬한 사운드'를 선보입니다.
액셀 살짝 살짝 밟을 때마다 으러렁 거리는 소리는 충분히 운전자의 심장 두근거리게 합니다.
풀엑셀 시, 우와앙 하고 치고나가는 느낌은 정말 재규어가 포효하며 먹이를 향해 달려나가는 느낌이랄까요?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느낌이 흡사 실제 맹수의 등 뒤에 탄 기분입니다.



밟으면 밟는대로 무한대로 자유롭게 튀어나가는 주행 퍼포먼스는 정말 끝내줍니다.
재규어 XFR의 510마력은 사실 쉬운 숫자 아닙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충분히 부담스런 수치죠.
국내에서 500마력 이상의 차를 완벽하게 제어하고 능력을 100%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XFR이 미국 보네빌 소금평원에서 시속 363km로 달렸다는 것도 상징적인 겁니다.
정말 이차를 타고,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363km로 달릴 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털어놓고 얘기해 봅시다.
이 가격대에 이만한 퍼포먼스의 차량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마력, 몇 토크, 제로백 영점몇초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누구보다 달리기가 영쩜몇초가 빨라서 어떤 차를 선택한다기 보다, 감성적인 이유가 더 큽니다.

나와 감성적 코드가 맞고, 얼마나 나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죠.
제로백 0.1초 차의 퍼포먼스나 기술적인 만족보다는 이러한 감성적인 부분 만족시키고,  매치될 때 그 차를 선택합니다. 

XFR은 일반인이 타기에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줄만큼 주행퍼포먼스는 충분히 뛰어납니다.
달리기 하나 만큼은 충분히요.


엑셀을 밟고 있으면, 오금이 저릴만큼 무섭게 가속됩니다.
고속도로에서조차 5초 이상 풀악셀을 밟고 있기가 힘들 정도죠.
같이 달리던 차가 5초 이내에 사라지고, 저멀리 점으로만 보이던 차가 순식간에 다가와 내 차 앞을 가로막고 주행하고 있죠.
마치 도로 위에서 순간 이동을 연상케 하는 짜릿한 경험입니다. 

510마력에 추가적으로 5000cc 고배기량이 XFR에 더욱 의미를 줍니다. 
환경 규제 추세상 이제 대배기량 차량 보기 힘들어질 것 같거든요.
이미 자동차업계에선 저배기량 고효율의 다운사이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때 XFR 모델 자체로 미래의 희소한 가치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주행 느낌에 대해 얘기해보죠.
시내에서 발목에 쥐라도 날듯 조심스럽게 밟아도 시속 100km를 너무 쉽게 넘깁니다.
글쎄요. 다른차들이  시속40~50km를 내는 느낌이랄까요?

시속 100km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엑셀을 거의 밟지 않았습니다.
제로백에 공식4.6초. 500마력차치고는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하지만 이차의 진짜는 중속에서 치고나가는 맛입니다.
시속 60km,80km,100km,120km를 각각 넘길 때마다 더욱 빠른 가속도가 붙는 느낌입니다.


물론 풀악셀시 초반에 튀어나가는 맛 또한 압도적이죠.
마치 뭐랄까요? 적절한 비유는 아닌 것 같지만, 술이 취한 사람이 흥분했을 때 주변에서 아무리 붙잡아도 뿌리치고 뛰어나가는 것과 같은 괴력을 보여줍니다.

무서운 파워죠. XFR도 그런 느낌입니다. 중력이건 차량중량이건 누가 잡아 끌어도 그런 건 안중에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출발합니다.
네. 엄청난 힘 덕분에 살짝살짝 좌우 휘청이며 출발하는 토크스티어도 발생합니다. 

물론 조심스런 엑셀 전개를 통해 굉장히 부드러운 출발도 할 수 있는데,
이때의 느낌은 2톤의 차의 무게감을 느낄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가볍게 밀고 나가더군요.

전 영역대에 이러한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고속구간에선 묵직해집니다. 다만 핸들을 살짝 살짝 건드렸을 때 좀 불안한 느낌은 있습니다.



스포츠모드가 따로 준비가 되어 있는데. 차에 움직임이나 음향부분에 있어서도 거칠어지네요.
이러한 부분 역시 운전자들의 보다 자극적인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부분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일반인에겐 단점이고, 누군가에겐 재미일 수 있겠지만 순간순간 컨트롤하기 어려워 아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고속주행시 핸들을 건드렸을 때의 불안감. 완전히 하드한 스포츠카가 아닌 부드러운 하체 세팅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핸들이 꺾인 상태에서 엑셀을 조금 세게 밟으면 쉽게 뒤가 돌더군요. 지하 주차장에서 C테너 배기음을 감상하려다 식겁했습니다.

전자안정주행장치의 개입 또한 한 타이밍 느린 느낌입니다.  운전자에게 스스로 복원할 시간을 주는 거겠죠.

재규어 XFR에 있어서 하나 단점을 들자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일 것입니다.
유저 인터페이스의 표현력이 조금 아쉽습니다. 세련되었으면 더욱 럭셔리한 느낌을 주었을텐데, 좀 투박합니다.



500마력 이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선택요소가 확실할 겁니다.
편안하고 럭셔리한 감성을 느끼며 안락하게 타면서도,
달리고 싶을 땐 슈퍼카 뺨 한번 쎄게 치고 싶은 사람.
XFR은 그런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듯 합니다. 

아, 단점 하나 더!(뭐 이것도 사람에 따라 별다른 단점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만) 
기름을 정말 많이 먹습니다
여의도에서 임진각을 두번 정도 조금 세게 왕복하니 주유량 중 2/3이상이 날아갔습니다.
주유 눈금 게이지가 떨어지는 게 보입니다.
1/3 정도 남았을 때, 주행가능 거리는 100km를 표시하는데, 사실 이때부터 심리적 압박이 시작되더군요.
일반 3000cc이하의 차의 경우 주행가능거리 50km를 표시할 때의 심리적 압박감입니다.

뭐..그래도 그러려니 생각하세요.
여러분은 초식동물이 끄는 마차가 아닌, 맹수가 끄는 마차를 탄 격이니까요.
'말'이야 건초를 먹이면 되지만, 맹수는 살코기를 먹여야 하는 거 잖아요.
하지만 맹수가 끄는 마차인만큼 본인과 주위사람에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메일을 통해 다른 고출력 차와 비교해 달라는 분도 계셨는데, 제가 다른 건 안타봤고 아우디 R8 5.2와 비교를 해보면요.
XFR이 재규어 맹수 그자체라면, 아우디 R8은 매우 잘 훈련된 경주마 혹은 늑대, 호랑이 정도로 해두죠.
(아, 생각해보니 비슷한 성격의 아우디 S8 5.2도 타봤었군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S8쪽이 좀 더 잘 훈련된 녀석의 느낌입니다.)

어째 평가가 뒤바뀐 것 같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우디 R8은 재규어 XFR 못지않은 파워와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타면서 무서웠던 적은 없습니다.
그 엄청난 출력에 아무리 풀악셀을 하고, 핸들을 휘감아도 내가 원하는 만큼만, 내가 원하는 그자리에 가 있었죠.

그런데 XFR은 맹수 그자체의 느낌입니다. 
차만 믿고, 페달을 밟고 핸들을 휘저었다간 사람이 차를 길들이는게 아니라, 차가 사람을 길들이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순간순간 통제를 벗어나는 무서운 순간을 맞이하거든요.
위험과 극한 다이나믹 사이를 종이한장 차의 경계로 왔다갔다 합니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세단의 느낌으로 이 굉장한 맹수를 억제할 순 없었을테죠.
고급 세단과 슈퍼카 사이를 오가는 야누스적인 매력.
그게 재규어 XFR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수입차 전문 블로그-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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