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와이

'해변이 다 똑같지 뭐' 하와이 와이키키는 내 뺨을 때렸다

오토앤모터 2009. 6. 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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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난 겨울과 산을 좋아했다. 내 기억엔 초등학교 학생 때까지만해도 "겨울이 좋아, 여름이 좋아?",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하는 질문에 쉽게 답변을 못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겨울이란 계절과 산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경포대,해운대를 가건 제주의 에메랄드빛 협제해수욕장을 가건 심지어 프랑스 니스의 해변까지 가도 별 감흥이 없었다.
약간은 비릿한 바다 내음과, 백사장 위를 걷다보면 발가락 사이로 알알이 박히는 모래들과 가끔씩 따가운 자갈과 쓰레기, 그리고 백사장 위를 빽빽이 메운 정체모를 칙칙한 파라솔들과 사람들.... 아! 그리고 더위와 짜증도 그 이유라 하겠다.

그래선지 여름과 해변가는 별로 끌리지 않았다.
하와이에서 서핑을 즐기는 것이 취미라던 추성훈선수의 이야기에도,
와이키키 거리에서 해변을 바라보며 칵테일 한잔이 그렇게 멋지다던 그녀의 이야기에도.
'그게 뭐? 해변이 다 똑같지 뭐...' 나는 연신 콧방귀만 뀌어댔다.


그리고 난 그녀가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던,
그리고 친구들이 불법체류로 더 머무르고 싶다고 얘기하던,
하와이를 본의아니게 비자발적으로 방문하게 된다.

(클릭하시면 매우 큰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와이키키 해변을 보는 순간, 난 솔직히 뺨을 맞은 기분이었다.


세계적 해변이라면 더욱 '세계적으로' 비릿하고 더럽고 번잡하고 푹푹 찔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파아란 하늘은 푸른 바다와의 알듯 모를듯한 경계를 이루고 있었고 바닷가면서 습하지 않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은 나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해주었다.

세계적인 해변이라고는 하지만 혼잡하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던 해변의 모습도 그러하거니와,




맑고 투명하면서도 가도가도 허리춤까지 밖에 오지 않는 바다 위에서도 끊임없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왜 하와이가 서핑의 천국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심지어 돌아올 때에는 서핑을 못한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조만간 하와이에 다시 가서 꼭 서핑을 해보고 싶은 나에게, 내옆의 그녀는 피지의 남태평양 해변은 더욱 아름답다며, 나를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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