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소개를 위한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하게 되면, 시승회의 테스트카의 대부분이 가장 좋은 옵션의, 가장 상위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때문에 같은 모델임에도 정작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옵션의 차량들과는 시승 느낌의 온도 차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남해에서 이뤄진 쉐보레 임팔라 시승회의 시승차량은 3.6 리터 가솔린 엔진.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대부분은 2.5 가솔린 엔진을 선택할 것이 분명했다. 경쟁차인 그랜저 역시 마찬가지. 2400cc와 3000cc 가솔린 엔진이 라인업되어 있긴 하지만, 당연히 시장에 많은 팔린 엔진은 2400cc다.
그렇다면 그랜저와 임팔라의 최고 사양 모델보다는, 많이 팔리는 낮은 배기량 모델 간의 퍼포먼스나 상품성의 차이가 궁금한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마침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 자동차에서 2.4리터 가솔린 엔진의 그랜저 2.4와 2.5리터 엔진의 임팔라의 비교 시승을 준비해주었다.
해당 자동차 제조사가 준비한 행사도 아니므로, 테스트 시승의 객관성도 치우침 없이 기본적으로 담보되는 셈이다. 두 차종을 번갈아 타보며 느꼈던 생각을 글로 남겨본다.
시승 전, 임팔라에 큰 기대를 했다. 임팔라는 얼마 전 국내 출시 신차이긴 했지만, 사실상 완전한 신차는 아니다. 해외에서는 오래전 런칭되어 시판된 차량이다. 다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현행 그랜저보다 1년 정도 늦게 출시된 최신이 맞다. 보통 비슷한 메이커의 경쟁차량을 비교할 경우, 가장 최근에 출시하고 선보인 차량이 성능적으로도 앞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시승 전부터 임팔라의 우세에 마음이 기울어 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거동이나 승차감 측면을 살펴볼 때에는 2.5리터 엔진의 임팔라 2.5 쪽이 훨씬 나았다. 롤 발생 등 불필요한 움직임도 억제되어 있었고, 준대형차량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안정된 승차감, 안락함도 임팔라 쪽이 인상적이었다. 고르지 못한 노면이나 요철을 넘을 때에도 좀 더 세련되고 부드럽게 표현을 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노면의 정보는 바르게 주고 있었다.
핸들링 역시 임팔라 쪽이 우세했다. 그랜저는 과거 현대차가 그러했 듯 실제 드라이빙과는 다른 듯한 핸들링 감각, 오락기와 같은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출시한 현대차가 핸들링 부분이 많이 개선되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반면 임팔라는 준수한 핸들링&라이딩 감각을 보여준다. 임팔라의 차체 크기나 무게가 그랜저에 비해 컸음에도 거동에 있어서 실제 시승에서 그만한 차이는 느껴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차간 비교 시승 느낌을 돌이켜 본다면, 시종일관 임팔라가 그랜저를 압도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경쟁차 대결에 있어서 상대차를 압도한다는 것은 종합적인 밸런스를 따져보면 큰 무리 없이 대부분의 테스트 항목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임팔라의 경우 그렇지는 못하다. 예컨대 동력성능-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은 그랜저 쪽이 경쾌하고 빠릿하다.
예컨대 도로에서 상당히 추월가속이 필요할 경우가 있는데, 그랜저 쪽은 킥다운을 하면 애를 쓴다는 느낌이 확실한 반면, 임팔라의 경우 게으르다고 굼뜨다는 느낌을 받았다. 킥다운을 했으면 치고 나가는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차가 애를 쓴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임팔라는 애를 쓰는 건지 마는 건지 차분하게 할 수 있는 만큼만 가속하는 느낌이다. 토끼와 거북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동력성능 외에도 그랜저가 앞서는 부분은 또 있었다. 2열 시트의 안락함과 승객의 편안한 느낌은 그랜저가 확실히 앞선다. 그랜저와 임팔라의 2열에 번갈아 가며 앉을 기회도 가졌는데,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랜저의 2열에 앉아 있다가 임팔라의 2열에 앉으니 불편함이 확 느껴졌다. 그랜저의 경우 2열에 앉은 승객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라면, 임팔라의 경우 시트가 한껏 긴장한 채로 몸을 받치고 있다는 기분이랄까. 그런 불편함이 바로 느껴졌다. 이 외에도 임팔라의 인포테인먼트 조작 버튼 역시 한국에서 급히 추가된 사양이라 그런지, 실제 조작에 있어서 팔꿈치가 걸려 조작이 불편한 문제가 있었다.
다시 말해, 해외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보니 국내소비자의 입맛을 완벽히 맞추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부분부분 눈에 띄는데, 이런 것들이 완벽한 국산차인 경쟁차에 비해 단점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차체가 컸음에도 전면부의 주차 센서가 없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완전히 맞추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랜저 2.4과 임팔라2.5를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는 가정을 하고 비교를 해보니, 어느 한 차종으로 확실히 기울어지지 않는다. 이번 비교 시승 테스트에 참여한 다른 패널에게도 의견을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혹은 짜장면 과 짬뽕의 의 문제일 만큼 일장일단이 있고, 어느 한쪽의 치우침이 없다. 선호도의 문제랄까. 소비자가 차를 볼 때 포인트가 무엇이냐에 따라 차량의 선택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운전자의 운전 성향이나 동승자의 2열 활용도 등을 따져 선택하는 식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애초 시승 전까지 임팔라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그랜저의 선전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랜저가 지켜낸 준대형세단 최강자의 타이틀이 현대가 그저 내수시장 줏어먹기식으로 쉽게 따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과거 알페온보다는 현재의 임팔라가 그랜저를 많이 괴롭혀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는 점이다. 또한 진정한 임팔라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3.6 엔진이 정답이라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본 콘텐츠는 다나와자동차로부터 소정의 원고료와 차량지원을 받아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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