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토앤모터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SM6 2.0GDE와 1.6TCI의 시승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지난 한 주 두 모델을 시승하면서 SM6에 대해 느낀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 중형세단'의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겁니다. 국산 중형 세단이라면 의례히 비슷한 가격, 비슷한 성능/옵션, 비슷한 품질, 비슷한 감성을 가졌습니다. 도토리 키 재기였다는 얘깁니다. 좀 더 좋은 차를 타고 싶다거나, 감성 품질이 불만족스러워도 국산 중형 세단 내에서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체급을 올려 대형 세단을 사야 했죠.
그런데, SM6는 조금 다릅니다. 마치 삼성자동차가 처음 생기고 SM5가 높은 품질 수준을 바탕으로 고급 중형 세단 이미지를 가꿨던 것처럼, SM6도 머리 속에 기존 중형 세단과는 다른 카테고리에 위치하게 되더군요.
낮고 넓은(LOW & WIDE)한 외관 덕에 이른 바 폼 나는 자세를 갖추었습니다. 또 실내로 들어서면 일반 중형 세단이 가지지 못하는 세련됨과 호화스러움이 묻어납니다. (물론 옵션 탓일 수 있겠지만요.) 시각적인 화려함 뿐만 아니라 만졌을 때의 촉각, 조작 시 피드백을 주는 소리(청각)부분, 의식하지 못한 새 차 냄새 등 감성 품질이 일반 중형 세단의 그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집니다.
옵션의 경우, 상위 차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거의 대부분을 갖췄습니다. 옵션 면에서 현대차와 비교해서 아쉬웠던 부분은 단 하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었는데요. 현대차 모델의 경우 완전 정차와 과속 카메라 구간에서 자동 감속이 이뤄지는 반면, SM6는 시속 30km까지(이하에서는 ACC풀림), 그리고 과속 카메라와 상관없이 설정된 속도 내에서 앞 차와 거리를 조절해 가며 달립니다. 제원표 상으론 같은 기능을 갖췄다고 표시되겠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죠.
헤드업 디스플레이 또한 특이하게 시동을 걸면 반사판이 올라와 그 곳으로 정보를 쏴 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전면 유리에 영상을 쏴주는 방식의 차를 타고 있는데(Audi A7), 이것보다는 SM6 쪽이 선명하고 왜곡 없이 시인성이 좋게 느껴집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까요? 세로형 대형 디스플레이는 시원시원합니다. 특히 네비게이션 화면은 역시 세로형 화면이 시인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각적으로도 센터페시아를 가득 차지하고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 덕분에 차도 고급져 보였죠. 하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충분히 고려했는 지는 의심스러웠습니다. 만약 움직이는 패드 형식이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센터페시아에 화면이 고정되어 있다 보니 조작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최적화가 되지 않은 것이죠. 주행 중 굳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메뉴를 조작할 수 있을 만큼 메뉴 구성, 위치가 통일성을 갖춰야 하는데 제멋대로 였습니다.
또다른 예로 네비게이션 조작을 위해선 홈 화면-메뉴-네비게이션-지도까지 4단계 터치를 거쳐야 합니다. 참 번거롭죠. 반면, 한번 설정을 하면 잘 바꾸지 않는 차선이탈, 사각 지대 경고 등 안전장비 변경 메뉴, 그리고 디스플레이 설정 메뉴는 원터치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화면 오른쪽에 퀵 메뉴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용빈도를 따져 본다면, 네비게이션 조작이 원터치로 가야겠죠. 아무튼 사용하면 할수록 뭔가 메뉴 트리와 구성이 엉성한 느낌이었습니다.
SM6에는 멀티 센스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차량의 성향, 분위기 등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인데요. 경쟁차에도 이와 같은 비슷한 기능이 있긴 합니다만, 범위와 폭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반면, SM6의 멀티 센스는 조금 더 극적입니다. 뉴트럴, 에코, 스포츠, 컴포트, 퍼스널 등 차량의 성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것은 스티어링휠 감각, 서스펜션(스포츠-컴포트-뉴트럴), 변속기,공조시스템(에코-뉴트럴),계기판 디스플레이, 엔진 사운드, 엠비언트 라이트, 운전석 마사지까지 총 8가지 부분에 있어 차량의 성향이 변화하게 됩니다.
국산차 중에서는 상위 차종이라도 이만큼 극적인 성향 변화를 내는 차종은 찾기 힘듭니다. 이 부분만큼은 수입 차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겠네요.
운전석/조수석 마사지 기능은 시원한 안마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장거리 운전의 경우 고정된 자세로 오랜 시간 있어야 하는데요, 고정된 자세로 있다 보면 신체 특정 부분에 압력이 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사지 기능을 켜면 시트 요추 부분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몸이 압력 받는 위치를 계속 바꿔 주게 됩니다. 피로도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인데요. 아주 필요하지 않지만, 있으면 가끔 켜 볼만할 거 같기도 하구요.
운전이 끝나면, 내 운전에 대해 나름 분석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운전 습관 개선에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사소하지만, 충분히 차별화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주행 성능은 어땠을까요?
우선, 핸들링&라이딩 부분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차체도 의외로 잘 따라오고요. 의외라고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차를 타면, 하체 반응이 단단하고 기민해서 내가 스티어링 휠을 이만큼 돌려도 잘 따라올 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 차가 있습니다. 스포츠카처럼요. 반면 푹신한 중대형 세단의 경우 그렇진 않겠죠.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동작이 신속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돌아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SM6는 별 기대를 안 하게 만드는 하체 느낌인데, 실제로 돌려보니 기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성능 면에서는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승차감이었습니다. 요철이나 불규칙한 노면을 달릴 때, 국내 소비자가 중형 이상의 세단에 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최대한 불쾌한 느낌을 걸러주는 거죠. 독일 세단이 그렇듯 짧고 굵게 넘기든지, 미국/한국 세단이 그렇듯 길고 부드럽게 넘겨야 할 텐데, SM6는 이도 저도 아닌 느낌입니다. 신경질적으로 튄다는 기분이랄까요? 시승 내내 전 이 부분이 계속 불만족스럽게 남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요철/불규칙한 노면을 넘었을 때 승차감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만족스럽습니다. 안정적인 주행감, 가속감, 핸들링 감각 모두 고급차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줍니다.
1.6터보 가솔린 엔진과 2.0 가솔린 엔진에 대해서도 코멘트해야 겠죠? 타보면 확실히 1.6TCI엔진이 날래고 민첩하고 반응도 빠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밟는 대로 경쾌하게 나가 주니까 운전도 재밌습니다. 다만, 나가는 대로 신나게 밟았다간 연비가 3.0가솔린 엔진처럼 나올 수 있습니다.
2.0GDE엔진의 경우 시내에서나 고속도로에서 타기 큰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다만, 펀치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풀 악셀했을 때 치고 나가는 맛이 확실히 좀 부족합니다. 하지만, 경쟁차 소나타 2.0 가솔린 모델을 탔을 때만큼의 답답함은 없습니다.
얌전한 모범생과 장난꾸러기라고 할까요? 성능적으로 큰 차이보다는 성향의 차이 같습니다. 때문에 두 모델 간의 구매 결정은 운전자의 운전 스타일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부분 같습니다. 2.0 가솔린 모델을 타보고 큰 불만이 없으면 굳이 1.6터보 모델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 보이구요. 개인적으론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다 보니 TCI가 매력적이었습니다.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중형차. 중형차 중에서도 고급스러운 감을 느끼고 차별화하고 싶다면 르노삼성 SM6가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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