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용인 서킷에서 진가를 톡톡히 느낄 수 있었던 캐딜락 ATS쿠페를 다시 만났다.
여러 자동차를 시승하다 보면, 무색무미무취의 밋밋한 차량이 있는 반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자동차도 있다. 캐딜락 ATS 쿠페는 후자쪽에 속하는데, 그 이유와 시승 느낌에 대해서 간단히 남겨 본다.
캐딜락이 최근 내놓는 모델들은 대부분 성형에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캐딜락의 고루하거나 올드한 느낌과는 달리, 연달아 출시되는 신형 모델들은 젊고 세련되고, 강한 인상이 느껴진다. 특히 도시와 정장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쉬운 것은 ATS쿠페가 사진빨이 잘 안 받는 차량 중 하나라는 것.눈으로 보이는 만큼의 차량의 강렬한 인상을 담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굵직한 선과 세로형 LED 램프가 잘 배합된 ATS쿠페의 외모는 확실히 존재감이 느껴진다.
과감함이 드러나는 전면과 측면 디자인에 비해, 후면의 디자인은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
특히 약간 사선에서 본 측면의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다소 단조로운 후면의 디자인
내관
실내는 소재나 디자인 모두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좋은 품질이 느껴지나, 시각적으로 센터페시아 부분이 너무 정리가 된 기분이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고, 거기에 있어보이게 까지 만드는 게 쉬운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TS쿠페의 감성적인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햅틱(진동). 터치 스크린을 만질 때도, 센터페시아의 기능을 터치할 때도(따로 버튼이 없다.) 햅틱 기능을 통해 터치했음을 알려 준다. 이런 진동을 주는 반응형 패널은 '버튼'에 비해 미래에 한층 다가간 기분을 선사한다.
햅틱 감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후방 장애물도 경고음이 아닌 시트의 진동으로 처리한다. 소리의 청각적인 효과에 비해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은 보다 적극적이고, 장애물의 등장을 실감나게 해준다. 또한, 동승자의 경우 '삐삐삐삐' 같은 날카로운 주차경고음이 울리게 되면 괜히 불안감이 들기도 하고, 경계감에 운전자와 함께 주차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반면, 운전자의 몸에만 전달되는 진동 기능은 보다 리얼하고 적극적으로,하지만 동승자의 심리적 관여 없이 주차문제를 해결한다.
실내 공간에서 체크할 부분은 역시 2열. 도어가 2개인 쿠페 모델 중에는 앉을 수 있는 2열을 가진 차도 있는 반면, 앉을 수없는 2열을 가진 차도 있다. ATS 쿠페의 경우는 아이는 앉을 수 있으나, 어른은 힘들다. 특히 헤드룸이 좁아, 173cm의 성인의 경우 고개를 꺾어야 했다.
또 하나, 2도어인 만큼 2열로 가기 위해 다른 쿠페 모델처럼 운전석이나 조수석 의자를 원터치로 접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안전띠가 통행을 방해한다. 쿠페 모델의 경우 구조상 안전띠가 일반 세단보다 뒤쪽에 위치한다. 때문에 띠를 멜 때마다, 몸을 완전히 돌려 안전띠의 클립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고급차일수록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전동으로 띠를 앞쪽으로 밀어주기도 하는 등 방법을 찾기 마련인데, 캐딜락 ATS쿠페의 경우 원초적으로 해결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건대 캐딜락 ATS의 2열은 승객석으로 쓰기에도, 또 승객석을 포기하고 짐칸으로 여기기에도 애매하게 느껴지는 계륵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다.
두툼한 그립의 스티어링휠
독특한 안전벨트 구조는 2도어 쿠페임에도 쉽게 안전벨트를 멜 수 있게 하지만, 2열로의 진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짐칸으로 쓰기에도, 승객석으로 쓰기에도 애매한 2열
특히 헤드룸이 좁기에 성인에게는 무리가 있다.
반면 레그룸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수준.
트렁크 역시 독특한 구조로 많은 짐을 싣기 위해서는 우수한 테트리스 능력이 요구된다.
성능
캐딜락 ATS쿠페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 성능. 요약하자면, 정말 재밌고 강력하다. 2리터 터보엔진에서 272마력, 40kg.m토크를 뿜어낸다. 현대 제네시스의 3.3리터 엔진이 280마력,35.4kg.m토크임을 감안한다면, ATS쿠페가 작은 심장에서 굉장히 고성능의 출력을 뽑아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로백은 5.8초로 스포츠카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출력 엔진의 주행성능을 십분발휘할 수 있는 차체냐의 문제일 텐데, ATS쿠페의 경우 완벽히 그렇다. 외려 차체에 비해 엔진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확실히 형태만 스포티한 쿠페인 것이 아니라, 성향까지 스포츠카 수준이다.
독일차보다 더 독일차 같다는 얘기에도 크게 공감이 간다. 그립감이 좋은 두툼한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돌리는 대로 찰지게 따라와 준다. 좌우로 흔들리는 롤을 예상할 법한 코너링에서도, '이게 뭐? 코너야?'식으로 돌아나간다. 뭐랄까. 외모와 주행성능을 감안해 보면, 검은 정장 속에 강인한 근육질을 숨긴 세련된 사내가 떠오른다.
하지만 연비는 썩 좋지 않았다. 물론 시승 기간 내내 아낌없이 엑셀을 밟아댄 탓도 있겠지만, 기간 중 리터당 7-9km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정도면, 3리터 엔진급이다.
스포츠 모드가 따로 준비되어 있다.
2도어 쿠페는 일반 차량에 비해 긴 도어를 가지고 있어, 주차장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총평
캐딜락 ATS쿠페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선뜻 추천하기 힘든 이유나 프리미엄카들과 당당히 겨룰 수 없는 것은 역시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캐딜락 ATS쿠페가 위치한 시장은 '폼','체면','남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는데, 캐딜락은 프리미엄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여전히 과거의 영욕 속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인데, 최근 출시되는 캐딜락의 신차들은 분명 그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를 설득하기에는 뭔가 버거워 보인다.
캐딜락의 신차들은 확실히 젊은 층을 소구하고 있는데, 캐딜락이란 브랜드는 여전히 올드하고 고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브랜드 재고를 위한 조금 더 많은 투자, 그리고 캐딜락의 새로운 이미지를 리딩할 플래그십 모델 CT6가 내년에 출시되면 소비자의 평가도 분명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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