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컬럼

소방차 싸이렌 소리, 크게 키우면 어떨까?

오토앤모터 2015. 4.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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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가 출동하거나 구급차로 환자 이송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소방관이 책임을 지게 된다는 뉴스기사를 보았습니다.

구급환자 이송 중 사고, 소방관 탓? 벌금에 징계까지

법의 취지는 이해가 되나, 긴급 구호 차량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거나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조치는 아닐까요.

얼마 전엔 소방차의 진로를 막아 생기는 이런 어이없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소방차나 앰뷸런스가 나타났을 때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터주는 장면이 그렇게 일상적이지는 못합니다. 과거에 비해 운전자의 긴급 구호차량에 대한 양보 의무는 많이 인식되긴 했습니다만, 교통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운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지만 운전자에 대한 계도만으로 그 속도가 미흡하다면,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개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긴급 구호차가 등장하게 되면 몰상식한 운전자여서 비켜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알고도 못 피하는, 즉 피할 공간이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 못 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줄줄이 차가 밀려 있는 상황이라 가정해 봅시다. 긴급 구호차가 나타나면 맨 뒤의 차량은 조바심이 납니다. "피할 곳이 없는데 대체 어디로 피하란 말이야!" 앞의 차량들이 조금씩 당겨주면 좋을텐데, 앞의 차량은 아는 지 모르는 지 여유롭기만 합니다. 

또다른 예를 들어 보죠. 왕복 8차선 넓은 사거리. 어디선가 사이렌소리는 나긴 하는데 어딘지는 잘 모르겠고, 일단 내 신호이므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경광등과 싸이렌 소리와 함께 불쑥 등장하는 긴급 구호차량!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면)하면 어쩌란 말이야!!" 



교통 선진국은 어떨까요? 미국의 예를 들어 봅시다.

일단, 소방차의 존재가 확인되면 속도를 줄입니다, 그리고 좌우로 길을 터줍니다. 내 차선이든 아니든 상관 없습니다.

'와...대단하다. 역시 우리나라 운전자들 의식 수준과는 달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운전자의 긴급 차량에 대한 양보 의식'외에도 또다른 차이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싸이렌과 에어호른 소리죠.

몇십미터에서도 간신히 들릴까말까한 우리 긴급 차량과는 달리, 미국의 긴급구호차,특히 소방차는 몇백 미터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소리가 크고 요란합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아래 동양상을 한번 볼까요?


'나는 몰상식한 인간이요! 내가 안 비키고 가겠다는데, 누가 뭐라 그래요!' 한들, 피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입니다. 소방차가 바로 뒤에서 크락션이라도 울리면 소리로 공격당한다는 기분이 들 정도죠. 정말 압도당하는 기분이라 소방차 전방의 차량은 위축되어 '상식이 있든 없든' 본능적으로 비켜줄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긴급 구호차량의 소리와 비교하자면, '호랑이 포효'와 '고양이 울음'의 차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차이랄까요.



경광등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긴급 구호차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앞이나 뒤에 큰 차가 붙어 시야만 가려 버리면 끝입니다.반면 싸이렌 같은 청각적인 방법은 시각적인 부분에 한계에 있을 때 효과적으로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멀리서부터 소리가 확실하게 들린다면, 운전자들이 양보할 공간을 만들어 낼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몰라서 못 비켰다 같은 어이없는 대답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긴급 구호차량이 역주행을 하게 될 경우 '긴급구호차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 이유'는 더욱 중요해 집니다.

긴급 구호차량의 싸이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닙니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그분들을 위해, 싸이렌 소리를 크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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