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솔직담백시승기

2014 말리부 디젤, 일주일간 타보니

오토앤모터 2014. 6.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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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1등이나 강자에게는 냉정한 시선을, 2등과 약자에게는 때때로 과할 정도의 관대한 시선을 보내왔다.

그런 의미에서 말리부는 경쟁차종에 비해 약자의 축에 속한 차라 할 수 있다. 전통적 강자인 소나타가 증량으로 인해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는 동안, 말리부는 갖춰진 기본기에 비해 잘 팔리지 않는 차,안타까운 차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고 얼마 전 말리부 디젤이 출시되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디젤엔진, 충분한 조합/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카드를 만지작 만지작거리다 던진 기분이랄까. 한발짝 늦은 대응은 아무래도 글로벌 기업에서 오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미 잘만든 디젤 엔진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제야 출시한다는 것은 GM 다국적 생산 및 운영 체제,의사결정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전략적으로 보자면, 전통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소나타가 풀체인지를 하면서 쉐보레가 급히 대항마로 투입하게 된 것이 말리부 디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단 외관과 내관은 전반적으로 수수하다.




디자인과 인테리어,옵션은 아무래도 경쟁차인 소나타 쪽이 낫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 그도 그럴 것이 말리부 디젤은 최고사양인 LTZ가 빠져 있기도 하다. 

화려하지 않아 시선을 확 잡아끌지는 못한다.특히 경쟁차 LF소나타에 대비하자면, 너무 평이하고 평범한 인상이다. 생얼과 본판이 아무리 좋다한들 사람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끄는 건 역시 진한 화장의 잘 포장된 섹시한 여자다. 외관은 개개인의 호불호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말리부를 보고 있으면 '화장도 좀 하고 해야할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동급대비 좋은 섀시,차체 및 주행 안정성,기본기,안전 등으로 대변되는 말리부의 장기는 LF소나타가 초고장력강판 대거채용과 이로 인해 미고속도로협회 최고안전등급을 받으면서 희석된 감이 있다.

다행히도 2015년 버전에는 HI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넣는 등 옵션에도 신경을 쓰는 듯 하다.



말리부 디젤의 가장 큰 매력은 연비다. 연비만큼은 발군이다. 인상적이다. 공인연비 13.3km/리터는 가볍게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초반에 몰려있는 두터운 토크감도 끼어들기 등 도심 운전을 용이하게 만들어 준다.

디젤의 특성이긴 하지만, 바퀴를 굴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비가 늘어나는게 유난히 눈에 띈다.말리부 디젤 신차 발표회 때 쉐보레의 경영진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빠지지 않고 했던 말이 있다.

"실연비가 무척 좋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개인적으로 신차 발표회 때 늘 들을 수 있는 입발림용 멘트라 생각했지만, 말리부 디젤만큼은 전.혀. 아니다.말리부 디젤의 실연비는 정말 좋다. 대체 공인연비를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좋다. 공인연비 13.3km였지만, 시승기간 내내 리터당 15-20km 사이를 마크했다.

가장 놀라웠던 순간은 주말 저녁 잠실 탄천 주차장에서 상암동까지의 퇴근길이었다. 올림픽대로를 주요경로로 활용하였는데, 탄천에서 여의도까지는 굉장히 밀렸고 여의도에서 쉼없이 달릴 수 있었다. 대강 1시간 정도 걸린 이 경로에서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19km. 트립컴퓨터 이상을 의심할 정도로 매력적인 연비다.




소음은 경험상 조용한 디젤에는 끼지 못한다. 아이들링 시와 초기발진가속 시의 소음과 진동을 통해 디젤 차임을 인식할 정도다. 물론 디젤의 특성상 시속 60km를 넘어가면, 가솔린과 큰 차이는 없다. 특히 초반 토크감이 좋아 RPM을 크게 올리지 않고도 쉽게 가속을 할 수 있어 운전이 편하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기본적인 품질. 차체 강성이나 섀시와 이를 통해 주행안정성을 이야기 하는데, 마침 수입차 비교시승회에 다녀올 수 있어 폭스바겐 파사트와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 있었다.  


2014/06/17 - [자동차/국내이야기] - 말리부디젤 vs 수입디젤 비교시승회 후기


말리부는 런칭 초기부터 시트에 대한 자랑을 빼놓지 않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안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덩치가 큰 서양인에 맞는 시트가 아닐까 싶은데, 주변의 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의 체형을 보면 또 그런 게 아니어서 개인적인 취향이 존재하는 듯 하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무난한 2열의 승객석에는 에어벤트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아마 LF소나타였다면 '패밀리 세단이 이래도 되나' 식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말리부 디젤에 별다른 언급없이 넘어가는 것은 당장은 좋을 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다.

말리부 디젤은 완판되면서 흥행에 성공하는 듯 보이나전략적인 실패 냄새가 다분히 난다. 최고사양 없는 모델 발표. 굉장히 적은 수량의 초도 물량. 너무나 이른 2015 모델 소식은 마치 간보기를 했다가 의외의 수요에 놀라 2015년 계약물량을 준비하는 느낌이다.

말리부 디젤은 주로 장거리를 달리거나, 혹은 연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연비를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다. 말리부 디젤의 공인연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엑셀을 밟아보면 매력을 알게 될 것이다. 경쟁차인 LF소나타에 비해 확실히 빛나는 연비. 이것이 가솔린 대비 말리부 디젤이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여기에 새로 들어오는 2015년 모델은 상품성을 개선하여 들어온다고 하니, 무난한 인상에 조금은 포인트를 줄 수 있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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