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국내이야기

절반의 만족, 아우디 콰트로 익스피리언스 후기

오토앤모터 2013. 8. 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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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영암F1서킷에서 열린 아우디 콰트로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 다녀왔다. 

국토 중 70%가 산지이며, 연간 1/3이상이 비나 눈이 내리는 나라. 그래서 아우디는 올해부터(!) 콰트로의 나라라고 부르며 마케팅에 나섰다.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는 그러한 콰트로의 체험의 우수성보다는 어느 때보다 F1서킷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프로그램 자체가 따로 콰트로에 대한 이해와 체험보다는 서킷 공략에 맞춰져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행사 말미에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는데, 우선 행사에 대한 느낌부터 남겨본다.

우선, 프로그램 진행의 명목상 다이나믹존, 콰트로존, 오프로드존으로 나뉘었는데, 다이나믹과 콰트로존은 큰 차이가 없다. F1서킷을 절반으로 나누어 다이나믹존과 콰트로존으로 나누었다. 이런 행사가 늘 그렇다시피 인스트럭터를 선두로 몇차례 서킷을 그룹 주행하며 무전기를 통해 레슨을 받는다. 주행라인을 흐트리지 않으며 달리는 것이 핵심인데, 그룹 내 참가자들이 잘할 수록 속도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점심을 먹고난 오후에는 F1서킷 풀코스를 차종을 바꿔가며 달릴 수 있었다. 오프로드존의 경우, F1서킷 주변의 공터를 활용했는데, 내용으로 치자면 조금 심심했다. 경쟁차에 비하면 너무나 쉽고 간단한 코스였기에 아우디가 말하는 오프로드의 우수성을 맛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오프로드에서의 슬라럼 체험은 독특하고 재밌는 경험이 되었다.



다이나믹존과 콰트로존은 작년의 행사와 비슷하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느낀 것이 많았다. 특히 여태 영암F1서킷의 주행이벤트 중 서킷주행에 관해서는 가장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행사내용은 달리며 원포인트레슨 식으로 다른 행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음에도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일단 인스트럭터와 그룹주행이 소수로 운영되어 앞서 달리는 인스트럭터로부터 좀 더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에서 온 여자 인스트럭터가 있었는데, 단순히 아웃-인-아웃이나 슬로인-패스트아웃 같은 기술적인 설명 외에도 코스를 달리며 드라이빙 감각의 느낌과 리듬을 최대한 느껴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코치해준 것이 인상깊었다.

이번 행사는 서킷 공략법을 좀 더 체계적으로 잘 배운 듯 하다. 어쩌면 자꾸 가서 타다보니 늘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뭔가 더 알게 된 느낌이다.

특히 진행시 운전자 교대없이 몰아주기식으로 주행을 진행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보통 이런 행사를 가면 2인1조로 A와 B가  한 차량을 번갈아타고, 다른 차량으로 옮겨서 A와 B가 또다시 번갈아타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콰트로존에서는 A가 차량1,2,3을 연속으로 타고, 이후 B가 차량1,2,3을 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랬더니, 차종 간 주행이나 퍼포먼스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지고 다가왔을 뿐만 아니라, 드라이빙 레슨 때에도 주행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이뤄짐으로써 배움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안좋았던 점은 앞서 얘기했듯이 off-road존이었다. 타 메이커의 행사에 비해 너무 빈약하고 성의없는 코스였다. 행사 시작 전 프리젠테이션에서 그렇게 열성적으로 강조했던 콰트로의 우수성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코스도 평이해서 차의 우수성을 몸으로 직접 느끼기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코스 전 브리핑 때 어떤 기술적 이해를 돕는 설명도 부족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행사 전날 저녁에 이뤄진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도 느낌을 남기자면, 두가지다. 용두사미와 청자를 고려하지 않는 수준이랄까. 역사를 기반으로 해서 콰트로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는데, 1세대/2세대/3세대/4세대/5세대/5.5세대를 거치는 과정에서의 전문용어와 장황한 설명은 집중력을 잃게 했다. 핵심적으로 쉽게 구체적으로 왜 좋고 무엇이 유리한지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기자들이나 준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었다면, 깊이있는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을런지 모르겠지만, 참가한 일반인 중 해당내용에 깊은 흥미를 유지한 사람은 10~20%나 될까.동반한 친구나 같은 테이블의 참가자 의견도 처음에는 흡입이 되다가, 중반부터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더군다나, 강의 중간 '이건 사기예요. 사기 캐릭이예요'식의 대화전개는 좀 지루한 PT과정에서 재밌자고 한 얘기겠지만, 뭔가 격을 떨어뜨리면서 신뢰성을 깎아먹는 게 아닐까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택시 드라이빙 때 불미스런 사고도 발생했다.택시 드라이빙은 인스트럭터들이 참가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짜릿한 주행을 맛보여주


는 시간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코너도 과격하게 공략하고 드리프트를 하기도 하면서 조수석에서 전문드라이버가 모는 고성능차의 주행느낌을 대리만족할 수 있다.

전문 드라이버가 몰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한번도 위험할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막연히 그랬다.

이번 사고는 서킷을 출발하여 얼마되지 않은 두번째 코너에서 일어났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최대한 올리고 거의 90도 이상의 코너를 빠져나가는 구간이었는데, 문제는 내 앞차에서 발생했다. 직선구간을 이탈하여 그대로 벽을 받아버린 것이다. 뒤쫓아가 차를 대고 봤더니 에어백도 모두 터졌고, 반파된 전면부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멍하니 보고 있는데, 역시 인스트럭터들은 달랐다. 얼른 달려 나가 탑승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신속히 후속조치를 취했다. 특히, 다른 참가자들이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이 꽤나 강압적으로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 화기애애하고 친절했던 그들이었기에 더욱 과격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으면 위급상황이 통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추후 문제소지가 있기에 그랬을 것이라 이해는 된다. 

사고의 원인은 운전한 인스트럭터가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얘기한 것으로 봐서 브레이크 과열로 인해 페이드아웃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 당일 영암은 기록적인 폭염 상황이었고, 차는 8시간 내내 가혹한 주행을 거치는 과정이었다. 더군다나 출발하기 직전에, 이번만 돌고 쿨다운하자고 하는 얘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메이커 행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당일 비가 와서 도로가 촉촉히 젖어있는 상황이었는데, 다른 참가자가 탄 인스트럭터의 차가 드리프트를 하며 코너를 돌다가 코스아웃을 한 것이었다. 그 때도 해프닝 조로 웃고 넘겼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또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서킷이나 트랙에서의 한계를 맛보는 주행이 아무리 전문 인스트럭터가 몰더라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전문가, 먼 이국에서 날라온 인스트럭터란 이유로 막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어찌보면 나의 논리적 오류일 것이다. 그가 실수하지 않더라도 이번 일처럼 차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니까. 앞으로 택시 드라이빙을 예전처럼 아무생각없이 즐길 수 만은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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