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를 타고 제네바에 처음 도착했을 때, 뜨거운 햇살과 거리의 반팔 티셔츠의 사람들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9월말 10월 초의 파리는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처럼 쌀쌀맞았다. 더군다나 우중충한 날씨인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게 느꼈다. 해서 고도가 높은 스위스로 이동하면, 좀 더 춥겠거니 걱정을 했는데 일종의 기우였던 것이다. 제네바의 날씨는 말 그대로 환상이었다. 외려 파리보다 더웠고, 계절 자체도 가을보다는 늦여름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두 개의 트렁크와 아이의 유모차를 끄느라, 환상적인 날씨의 제네바역 주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울 따름이다. 앞으로의 여행기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에서 사진이 빠져있는 것은, ‘아.. 이때는 아이와 짐 때문에 힘들어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