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위스

3인 가족의 스위스 오픈카 여행기(4) - 제네바에서

오토앤모터 2011. 4. 18. 07:30
반응형


TGV를 타고 제네바에 처음 도착했을 때, 뜨거운 햇살과 거리의 반팔 티셔츠의 사람들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9월말 10월 초의 파리는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처럼 쌀쌀맞았다. 더군다나 우중충한 날씨인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게 느꼈다. 해서 고도가 높은 스위스로 이동하면, 좀 더 춥겠거니 걱정을 했는데 일종의 기우였던 것이다.


제네바의 날씨는 말 그대로 환상이었다. 외려 파리보다 더웠고, 계절 자체도 가을보다는 늦여름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두 개의 트렁크와 아이의 유모차를 끄느라, 환상적인 날씨의 제네바역 주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울 따름이다. 앞으로의 여행기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에서 사진이 빠져있는 것은, ‘아.. 이때는 아이와 짐 때문에 힘들어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구나’하고 생각하면 된다.

애초 구글 맵을 통해 확인한 제네바 역에서 렌터카 사무소까지는 약 700m 거리였다. 사실 성인이 도보로 이동하기엔 전혀 무리한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좁은 골목길을 트렁크 2개에 짐과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여기서 잠깐! 해외여행 계획을 짤 때, 구글맵이 상당히 요긴했는데 그 방법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예전 같으면 제네바 역에 맨 처음 도착해서 찾아야 할 것이 ‘인포메이션 센터’였다. 각 도시의 맵을 무료로 구하고, 지리를 물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맵을 사용해서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면 이러한 수고를 덜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네바역에서 렌터카 사무소까지의 이동방법을 미리 준비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Geneve역과 렌터카 사무소의 주소만 알면 된다. 내 경우 Geneve 기차역의 주소는 몰랐지만, 구글 맵에서 Geneve 지도를 연 후 철도노선을 뭉친 곳을 확인하여 제네바 기차역을 찾고 출발지로 설정했다. 렌터카 사무소의 주소는 렌터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과 같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도보,차량,대중교통 각각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도움이 되는 것은 단순히 맵 뿐 아니라, 직접 현장의 실제 영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길을 미리 눈에 익혀 두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는 수고도 덜 수 있다.


계획인 즉 제네바 역에 도착 후 렌트 픽업시간까지 약 2~3시간의 여유를 두었는데, 이유는 제네바 시내를 간단히 구경하고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었다. 차를 먼저 픽업하면, 괜히 주차비만 물게 되므로, 차를 받기 전에 식사와 시내관광을 마치자는 계획이었다. 또한 계획 상으로는 미쉐린 레드가이드(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다)에서 추천한 근사한 식당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와 두개의 트렁크를 끌고선 시내를 구경하고 근사한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렌터카 사무소에 가는 길에 가장 만만한 케밥집을 찾아 끼니를 때웠으며, 식당에서 체력을충전하고 제네바의 시내관광은 포기했다. 나름대로 야외테이블에 앉아 제네바 거리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데 만족한다.


물론 계획보다 일찍 제네바 시내의 허츠 사무소에 도착한 것도 당연하다. 700m지만 가는 길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맨몸이거나 배낭 하나만 달랑 멘 상황이었다면 제네바의 골목골목마다 지나면서 유럽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보고, 사진도 남기고 했겠지만.. 현실은 짐도 많고, 신경써야 할 아이가 있으니 분위기를 느끼기는커녕 행여 차가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신경이 곤두섰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서 앞으로 아이와 짐이 있을 땐 도보 이동거리를 500m이내로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어쨌든 렌터카 사무소에 도착해서 서울에서 볼보 C70을 예약한 렌트 서류를 내밀었다. 그런데 데스크에서 사무를 보던 아주머니가 컴퓨터로 열심히 예약 내용을 체크해 보더니, ‘지금 너가 처음에 신청한 벤츠 이클래스 컨버터블이 준비되어 있는데, 원한다면 볼보 C70과 같은 가격에 빌려주겠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은 가격에 빌리는 것도 그렇지만,  애초 아이 때문에 이클래스 컨버터블로 하고 싶었기에 나야땡큐 베리 마치였다. 각종 서류에 간단한 싸인을 하니, 아주머니가 잠깐 기다리란 말을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 뒤, 아주머니는 매력적인 펄이 들어간 남색의 E컨버터블 함께 등장했다.


일단 차량키를 받아 들고, 차량의 이상유무를 확인했다. 렌터카 사무소를 나서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아무래도 외관상 차량의 이상유무일 것이다. 내 경우 외관에서 헤드라이트 워셔펌프의 커버 부분이 파손되어 있었고, 계기판에 타이어압력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가 들어왔다. 워셔 커버의 파손은 나와 직원 모두 놓친 부분인데, 꼼꼼한 아내가 발견해 다행이었다. 계약서에 기입하여 반납 시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였고, 타이어압력 이상 메세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짐을 싣기 시작했는데, 애초 C70에 맞춰 짐꾸리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것이 도움이 됐다.아무런 고민 없이 계획된 대로 짐을 실을 수 있었으니까. 다만 트렁크에 입구부분이 E컨버터블이 작아 좀 고생을 했는데, 트렁크에 못 싣지 못한 짐들은 뒷좌석에 잘 끼워 넣어 해결할 수 있었다. 소프트탑인 E클래스가 트렁크가 좀 더 여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계획과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빨리 교외로 빠져서 탑을 열고 싶다는 들뜬 마음에 얼른 짐을 싣고 아이를 태우고 출발했는데, 잠시 뒤 차량에서 심상치 않은 경고음이 들려왔다. 골목길이라 마땅히 차를 세울 곳도 없고, 설상가상 뒤에는 순찰 중인 경찰차가 따라붙어 마음 속에 조급함이 더해질 수 밖에 없었다!<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