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어쩌면 다시 가보지 못할 그 곳,삿포로 여행기(1)

오토앤모터 2012. 1.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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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2010년 3월 초, 나는 가족과의 여행을 계획했다. 2살짜리 딸아이와 임신 6-7개월인 아내와 함께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       현지 도착 후, 이동거리가 적거나 편할 것.

-       서울에서 비행기로 최대 7~8시간 이내.

-       깨끗하고 안전하고 서비스 좋을 것

-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적인 놀거리, 재미거리가 있을 것

-       관광보다는 휴식 위주일 것

-       일단 가면 고민없이 원스탑 서비스 제공될 것(다양한 놀이, 먹을 거리, 서비스, 관광 등)


나름대로 위와 같은 전제조건을 세워두고, 대상지를 물색한 결과 일본 홋카이도의 토마무 리조트였다. 동남아쪽 후보가 가장 많이 등장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직까진 동남아 쪽은 가보고 싶지 않았기에 에둘러 빼놓았다.

결론적으로 일년이나 지나서 하는 말이지만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다.

 

우리 가족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삿포로 공항에서 머리가 핑핑 도는 현기증을 느꼈다. '너무 열심히 놀았나? 별로 그런 것 같진 않은데..'에서부터  '몸이 안좋은 건가? 올해는 정말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까지 생각이 미칠 무렵이었다. 마주한 티켓발권 데스크의 직원의 경직된 얼굴을 보고나서야 나의 현기증을 그도 느끼고 있었고, 비로소 그것이 '현기증'이 아닌 '지진'이었음을 알았다.



 거대한 공항에 우리만 남은 듯한 몇 초간의 정적, 그리고 뒤 이어진 웅성거림은 사실 이틀 뒤에 있을 대재앙을 예고하는 단서이기도 했다. 며칠 뒤 일본 열도는 더 큰 지진이 찾아왔고, 그 지진은 세계를 경악케 쓰나미를 촉발시키며 그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까지 폭발하는 인류 역사상 자연과 인간이 합작한 전대미문의 대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아마 아쉽다며 하루,이틀만 더 더물다 가자고 귀국일을 늦췄어도(정말 늦출까도 출발 전날까지 고민했다.) 뉴스 속에서나 봤던 관광객 일본 탈출 행렬에 동참했을런지 모른다. 지난 얘기지만, 일본 고베 대지진 때도 난 일본에  여행 가 있었다. 당시 고등학생 때였는데, 자고 일어나니 텔레비전에서는 참혹하리만큼 파괴된 불타는 도시와 장난감처럼 부서진 고가도로를 보여주느라 바빴다. 내가 머물던 나가노 지역은 별 피해없이 평화로웠기에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근대에 일어난 일본 대재앙 2건 모두에 가까이 있었던 셈이다.

어쨌든 운 좋게 돌아와서, TV 속, 마치 바닷가의 모래성 부수듯 밀고 들어와 해안도시를 한순간에 휩쓸어버리는 쓰나미를 보면서, 그리고 방송국 뉴스 앵커가 망국적 재앙임을 알리듯'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습니다'라고 발표하는 뉴스가 며칠째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나 재밌게 놀다왔다'식의 여행 기록을 남길 수는 없었다.

어쩌면 다시는 가보지 못할 곳일런지도 모른다. 방사능 관련 뉴스는 잦아들고, 일본 정부는 '이젠 안전하다'라고 얘기하지만, 인류는 이와 같은 심각한 방사능 사고에 대해 확정적으로 그리고 단정적으로 '이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먹고 놀다 가셔도 됩니다.'라고 얘기할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게 내 짧은 판단이다.

세계는 넓고, 할일도 많고, 갈 곳도 많은 상황에서 굳이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떠안고 이곳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기에 .그래서 이번 여행에 대한 기록은 잘 다녀왔어요가 아닌 어쩌면 다시 가보지못할 곳에 대한 아쉬움, 아득함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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