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위스

3인 가족의 스위스 오픈카 여행기(5) - 드디어 탑을 열다!

오토앤모터 2011. 4.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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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오픈카 여행기 5편을 시작합니다. 조금만 부지런 떨면 일주일에 두 편도 가능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한 편도 벅차네요. 특히 지난 주엔 상하이에 다녀왔더니, 현실에서 마주해야할 할 일도 산더미고.. 어쨌든 일주일에 최소 1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른 잠자리를 포기하고, 새벽1시에서야 잠듭니다. 흑> 

차에서는 심상치 않은 경고음에 계속되는데, 경찰차는 뒤에서 쫓아오고, 물론 죄지은 건 없었지만 뒤에 쫓아오는 차가 있으니 골목길이라 중간에 그냥 세우기도 애매모호한 난처한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서둘러 출발한 것이 화근이었다.(렌터카 사무소에서 여유있게 모든 것을 확인 후 출발하자.) 마침 본 도로에 진입하기 전 갓길에 빈자리가 있어 얼른 차를 세우고 계기판에 메시지를 살폈다.  결론적으로 사이드브레이크를 풀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는데, 개인적으로 다양한 차종을 타봤음에도 당황을 하니까, 사이드 브레이크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진정을 하고 다시 한번 네비게이션의 목적지 경로와 사이드 브레이크의 위치와 주유구 위치, 주유구 캡 버튼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게 다가 아닌 것이 어느 정도 차와 길이 익었다 싶었을 때쯤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잠시 세웠다. 이유는 탑을 열기 위해서!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단 말인가!! 비싼 돈 주고 오픈카를 빌렸으니까, 오픈을 하고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만끽해야 한다!!

제네바-몽트뢰 가는 길엔 이런 클래식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클래식 오픈카를 타고 즐기는 유럽여행도 멋질 것이다.



벤츠 e클래스의 탑은 기대대로 너무나 고급스럽게 열렸고(!), 난 기다렸다는 듯이 유리창과 윈드 디플렉터를 올리고, 벤츠가 자랑하는 에어캡을 작동 시키기 위한 버튼 또한 우아하게 눌러줬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고속 도로에 재진입했다.

탑 오픈을 위한 버튼은 모두 여기 모여 있다. 탑개폐버튼, 창문버튼, 에어캡버튼



아… 낯선 이국에서 가슴이 뻥 뚫릴 듯한 이 개방감을 느끼다니! 시속50km, 60km…70km…80km.. 고속도로니까 속도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역시 차는 벤츠야’ ‘전혀 외풍이 느껴지질 않잖아’ ‘에어캡 시스템의 위력인가? 대단해!’ 등의 뿌듯한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 맞다. 그건 맞바람을 싫어하는 내 딸의 울음소리였다. 이건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말이 안 통하는 아이는 싫으면 싫은 거다. 깡패가 따로 없다.
반면에 ‘닥치고 탑 을 닫으면 해결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벤츠 E 컨버를 빌렸는데, 나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 곧 괜찮아 질거야!! 익숙치 않은 느낌이어서 그래!’라고 생각한 철부지 아빠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스위스의 고속도로를 내질렀다. 아…그렇게 불태운 아빠의 청춘은 10분도 채 안되었다.

아.......사진만 봐도 미안하다.



일반도로에서 2열에 부는 바람은 실제 매우 미약했지만,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올라가면 강도가 좀 세졌다. 그래, 솔직히 고속도로에서는 무리였다. 직접 내리 쬐는 햇살도 아이는 싫어했다. 해서 점퍼를 이용해 햇빛 가리개를 해줬다. (후에 루체른에서 유아용 선글라스도 마련했다. 아이와 오픈카를 즐기려면 하나쯤은 마련하자.)

나중엔 이러고 노는 여유까지 생겼다.



애초 지난 번 소개한 구글맵 이용방법처럼 제네바에서 첫번째 숙소가 있는 몽트뢰까지 뢰만호수를 끼고 달리는 베스트 루트를 짜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갔다고 해서 구글맵으로 미리 루트를 짜본 것이 아무 소용 없는 것은 아니다.

루트를 짜보면, 일단 지도가 머릿속에 입력이 된다. 네비게이션을 따라가지만, 지도상 대략 내가 위치해 있는 곳과 어느 방향, 어디 근방으로 달리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다. 실제 내 경우도 지금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도로가 내가 짠 루트의 옆 도로로 뢰만호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임을 알 수 있었다. (뢰만호에 가장 가까운 도로임에도 이 루트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중간 중간 시내를 통과하기에 목적지 도착시간이 행여 늦어질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강조하고 싶은 건 무작정 기계가 가라는 대로 쫓아가는 것과 머리에 지도를 기억하고, 네비게이션의 조언을 얻는 것과는 여행에 있어서 남는 것에 분명 차이가 있다.

외국에서 운전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단 현지에서 최초 운전대를 잡고 난 이후의 1-2시간 정도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현지의 교통체계와 법규,관습,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첫 운전대를 잡고 나서 약간의 적응시간이 흘러야 시가 한국에서처럼 본래 운전 실력 발휘도 되고 , 주변 풍경도 감상할 여유도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 도로 위로 나섰는데, 이런 상황을 맞딱뜨리면 당황스럽다. 차선도 애매하고, 전차(?)랑 함께 어떻게 달려야 할 지도 막막하고..



예컨대 로터리 문화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스위스의 구시가에는 신호등이 있어야 할 자리에 로터리가 상당히 많다. 사거리에 신호등을 만들기 보다 가운데 원으로 도로를 만들어 운전자들이 규칙에 맞추어 알아서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처음 로터리를 접하면 일단 멈춘다. 그리고 무조건 좌측(원을 돌고 있는 차)가 우선이다. 즉 좌측을 바라 볼 때, 원 안에서 차가 달리고 있으면 진입하면 안 된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굉장히 합리적이다. 우측은 바라볼 필요가 없다.(두리번거리며 타이밍을 찾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우측의 운전자도 이 규칙에 따라 나를 보고 진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호등이 없이도 사고의 위험 없이 효율적으로 사거리 통행이 가능한 셈이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에 하나 하나에 적응해 나가는 것도 렌터카를 이용한 해외여행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시내의 로터리의 모습


스위스 제네바에서 몽트뢰로 향하는 도중 클래식카도 상당히 많이 봤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박물관에서 나올 법한 차량이 반짝 반짝 빛나는 외관을 가지고 씽씽 달리는데,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마 뢰만호를 끼고 있는 도시들, 제네바-몽트뢰가 서유럽 부유층의 선호 휴양지라 그런지 이런 클래식카와 슈퍼카들을 도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재밌게도 슈퍼카보다 이런 클래식카에 눈길이 한번은 더 갔고, 스위스의 전원 풍경과 잘 어울리고, 타보고 싶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옛날에 우리집에 모형으로만 있던 클래식카였다.


뢰만호를 끼고 달리는 그 황홀한 순간은 잊지 못한다. 머리 위로 시원하게 푸른 하늘, 그 푸른 하늘을 시샘하듯 그어진 비행기 구름, 아랑곳 없이 병풍처럼 펼쳐진 스위스의 험준한 산맥들, 그 속에 심심하지 말라고 아기자기 그림처럼 지어진 유럽의 건물들까지. 답답한 실내가 아닌 탁 트인 오픈카였기에 더욱 다가왔다.



그러나 이건 정말 예고에 불과했다.정말 영화처럼 환상적인 호텔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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