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위스

3인 가족의 스위스 오픈카 여행기(2) - 오픈카 선택하기

오토앤모터 2011. 4.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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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가족의 스위스 오픈카 여행기 제2편을 시작합니다.


여행에 있어서 가장 재미있고 흥분되는 순간은 어쩌면 여행중인 그 시점보다는, 여행 루트를 짜고 예약을 하고 머리 속에 이것저것 그려보는 준비기간이 아닐까.

깃발 들고 따라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질색인지라, 개인 여행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생긴 노하우들이 있다. 예컨대 기본적인 것이지만,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총일정/예산/가고싶은곳’이고, 그리고 ‘루트짜기’라는 것, 또 항공권과 호텔 그리고 렌터카는 미리 예약하면 유리하다는 식의 것들이다.

일정 중 하나였던, 산악 드라이빙 루트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은 역시 렌터카다. 오픈카를 기획하다 보니, 특히 가족이 2인에서 3인으로 늘어나면서 차종이 많이 바뀌었다. 오픈카도 2인승,4인승이 있고, 4인승도 무늬만 4인승이 있다. 또한 렌터카 업체에서도 모든 종류의 오픈카를 구비해 놓지도 않기 때문에 차종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서 먼저, 유럽 렌터카 여행에 대해 얘기해보자. 유럽여행은 배낭여행 때문인지 ‘유럽=유레일 철도’만을 생각하곤하는데, 가족 여행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나도 루트를 짜놓고, 무의식적으로 유레일 타임스케줄을 찾을 뻔 했다.) 특히, 유아를 동반했을 때라면, 또한 굳이 대도시 위주 여행이 아니라면, 렌터카 여행이 훨씬 편리하다.


렌터카 비용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3인 이상이 여행을 할 경우 차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렌터카가 저렴한 경우가 많다. 비용 외에도 렌터카의 단점을 꼽는다면, 역시 각 나라의 교통법규.문화 이해와 적응의 문제, 또한 주차문제 정도가 아닐까?


반면 장점은 무척이나 많다. 일단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이 없어진다. 참고할 것 또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지도나 현지인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상상해보자. 기차를 타고 가다가 차창 밖으로 갑자기 펼치지는 멋진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도중에 내릴 수도 없고, 스치는 풍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데 렌터카를 타고 가다, 이런 풍경을 만나면 얼른 차를 세우고 풍경을 만끽하면 된다. 마침 멋진 카페가 있다면, 커피라도 한잔 하며 감상을 한다면 금상첨화다. 또 알려져 있지 않은 곳, 가다가 경치 좋은 곳을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유럽을 만날 수도 있겠다. 실제 책에 적힌 ‘여기가 이래서 유명하대요’를 보고 ‘우와.대단하네’하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진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는 곳이 의외로 많았다.



일정 운영에 있어서도 훨씬 자유로워진다.  ‘몇 시 기차’ 혹은 ‘몇 시 비행기’ 예약에 맞춰 쫓기듯 움직일 필요가 없다. 내가 마음에 드는 곳은 마음에 드는 만큼 보다가 출발할 수 있다. 숙박비용도 아끼거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차에서 숙박을 통해서가 아니라(할 수도 있겠지만), 이동성이 확보되다 보니 굳이 값비싼 시내 호텔보다 한 등급을 높여 경치 좋은 외곽의 클래식호텔을 잡을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오픈카라면 더욱 멋지다. 오픈카는 태생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있다. 오픈 에어링의 낭만!! 온 몸으로 만끽하는 유럽의 풍경과 즐거움은 대단하다. 꽉 막힌 지붕 대신 푸르디 푸른 하늘이 있다. 어둡고 답답한 실내 대신 그림 엽서 속에서만 보던 아름다운 풍경이 온몸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냥 운전만 해도 입가에 씨익 미소가 흐를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평하길, 일반 차량에 비해 선루프를 단 차량의 개방감이 2배라면, 일반적인 선루프 차량에 비해 파노라믹 선루프(지붕이 전체유리) 차량이 느끼는 개방감은 4배다. 그런데 파노라믹 차량에 비해 오픈카에서 느끼는 개방감은 16배다. 그럼, 일반차량에 비해 오픈카가 느끼는 시원한 개방감은…으..음…그러니까…음음..각자 계산들 하길 바란다.)

그러나 오픈카를 유럽여행용으로 쓰기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었다.
오픈카의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공간 활용성 부족 문제다. 우선 오픈카는 소프트탑이든 하드탑이든 지붕을 접으면 차량지붕은 트렁크에 수납된다. 다시 말해, 지붕이 차지하는 공간만큼, 짐을 싣지 못하게 되는데, 지붕이 실리는 공간이 트렁크의 상단부를 차지하기 때문에, 짐을 넣기 애매한 경우가 생겨버린다. 이로 인해, 오픈카에 짐 싣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렁크의 ‘가로*세로’크기가 아니라 ‘폭(두께)’이었다. 아마 이 사실 때문에 오픈카를 한번도 접해 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는 짐 때문에 현지에 가서 낭패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볼보 C70 컨버터블의 트렁크. 개방된 상태에서 짐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여타 컨버터블의 경우 탑이 들어갈 공간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볼보 C70 컨버터블의 트렁크. 짐을 싣고, 덮개를 닫는 식이다. 회색 플라스틱 덮개 위로는 하드탑이 수납될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오픈카를 타볼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짐을 꾸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이나 차량 제원표 상의 트렁크용량만으로 안심하기엔 불안했던 것이다. 당시 최종 차량으로 벤츠 E클래스 컨버터블과 볼보 C70 컨버터블 중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마침 친분이 있던 볼보코리아 곽창식 차장님의 도움으로 국내에 막 런칭한 볼보 C70컨버터블에는 짐을 미리 실어볼 수 있었다.(이 자리를 빌어, 볼보코리아의 곽창식 차장님께도 감사드린다.)

런칭 당일의 C70 컨버터블

테스트를 위해 시승중인 C70컨버터블. 뒷좌석엔 유아용 카시트가 장착되어 있다. 우측은 지인의 미니쿠퍼S 컨버터블


볼보 C70 컨버터블을 미리 타볼 수 있음으로 해서, 출발 전 중요한 사실을 두 가지 알 수 있었다.
첫번째, 볼보 C70 컨버터블을 탄다면, 나의 갈색의 큰 가방은 트렁크에 무리다. 뒷좌석에 실어야 한다. 보라색의 한 사이즈 작은 가방은 꽉 채운 빵빵한 상태에선 안 들어가고 최대두께에서 1cm정도 여유공간을 남겨두면 트렁크에 실렸다. 즉, 트렁크엔 보라색 가방과 기타 작은 가방들을 넣고, 아이가 타고 남는 뒷좌석엔 가장 큰 갈색가방을 싣고 안전띠로 고정하기로 했다. 유모차도 뒷좌석 남은 공간에 충분히 실렸다. 혹시 벤츠 E클래스 컨버터블을 선택하더라도, 볼보 C70 컨버터블은 하드탑이고 벤츠 E클래스 컨버터블은 소프트탑이니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 (그런데, 이게 판단미스였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상식과는 다르게 하드탑인 볼보 C70 컨버터블이 훨씬 수납공간이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실제 유럽에서의 오픈카 실내모습. 짐으로 빽빽하다.


출발 전 안 사실 두번째, (이게 중요했다.)
예상치도 못하게 아이가 오픈 에어링을 안 좋아했다! 아이의 즐거운 비명을 상상하며 힘차게 탑을 오픈했을 때, 아이는 울음을 터트린 것이 내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오픈 에어링은 성인 누구나 해보고 싶어하는 특별한 경험이니, 아이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크나큰 착각인 셈이다. 추측컨대 아이에겐 생소한 경험이기도 하고, 막 돌이 된 아이에겐 오픈에어링이 특별한 경험이라기보다, 바람소리도 그렇고, 얼굴을 간지럽히는 맞바람은 그저 거슬리기만 한 존재였던 것이다.

이렇게 편히 잠들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여기서 오픈카를 한번도 타지 못한 분들의 ‘오픈카 맞바람’에 대한 오해를 막고자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최근 출시되는 일반적인 오픈카들은 탑을 연상태에서도 창문을 모두 닫게 되면 1열의 경우 맞바람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 머리 끝만 살랑살랑 흔들릴 정도랄까.

하지만 2열은 얘기가 조금은 다르다.  2열의 경우 좀 달리면 머리가 산발되는 경우도 있고, 아주 세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얼굴을 때리는 맞바람의 존재를 아주 무시하지 못한다.
이러한 맞바람을 막기 위해 차량에 여러가지 수단이 강구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윈드 디플렉터다. 윈드 디플렉터는 일반적으로 유리,망 등 일종의 칸막이를 통해 공기역학적으로 맞바람을 막게끔 되어 있다. 볼보 C70 컨버터블에도 이러한 장치가 있긴 했지만, 문제는 수동에다가 1열 위주라 아이가 혜택을 입을 수가 없었다.

볼보 C70의 수동 윈드디플렉터 설치 모습. 바람막이가 1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해서 이번 여행에서 탈 차는 벤츠 E클래스 컨버터블로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 이유는 벤츠의 경우 마침 새 모델을 내놓으면서 에어캡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었다. 오픈 상태에서 이 장치를 작동시키면 전면 유리창 상단부에 설치된 특별한 망이 올라와서 상단부의 난기류를 길게 뽑아준다나 뭐라나.(바람이 길게 흐르면서 자동으로 공기막(인공지붕)이 형성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벤츠 E클래스 신형의 에이캡시스템


또한 2열 헤드레스트 뒤로 바람막이가 형성되면서, 2열까지 맞바람을 덜 맞게 고려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생각치도 못했던 요인 때문에 E클래스 컨버터블을 지정예약을 하기로 했는데, 또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역시 세상 일이란… <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다음주 월요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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