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남자와 자동차 <1>

패밀리맨 오토앤모터 2021. 10. 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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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그냥 써요.” M이 말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토록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분명 목디스크 때문이었다. 어느 날부터 손 저림이 시작되었고, 푸시 업을 하다 한쪽 팔에 힘이 빠져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심각한 목디스크 증상 덕에 의식적으로 컴퓨터 작업을 멀리 했다. 취미 활동이던 블로그도 꼭 필요한 행동이 아닌 불필요한 활동으로 여겨지며 자연히 멀어져 갔다. 증상이 나아지고서는 다시 그 패턴을 찾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생각은 생각을 낳는다. 걱정은 막연할수록 커진다. 할 일은 미룰수록 어려워진다. 글쓰기를 미루면 미룰수록 다시 제대로 시작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M은 나와 함께 자동차 블로그 태동기부터 활동한 인물이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M은 2007년 즈음부터 2022년을 눈 앞에 둔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왔다는 점이다. 한 분야에서 부침 없이 꾸준함을 보인다는 것은 충분히 존경할 만한 일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 아수라발발타..> 2010년 베이징 모터쇼 프레스카드 발급 현장.

돌이켜 보면,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있었다. 시작은 순수한 취미로 시작한 자동차 블로거들이 많았다. 하지만, ‘블로거지’ 사건을 보면서 알 수 있듯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돌면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나타났다.

지금은 진정한 개인의 관심사와 취미를 기록한 블로그를 찾기 힘들다. 관심을 표방한 광고와 홍보의 장이 되어버린 것 같다. 자동차 모델로 검색해 보면, 블로그 영역을 채우는 것은 자동차 리스, 자동차 렌트, 견적 같은 신차 영업 그리고 타이어, 수리정비, 튜닝, 신차 패키지 같은 글들이 주르륵 나열된다.

확실한 목적성을 가진 이들이 살아남은 셈이다. 어쨌든 M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끊임없이 유지했다. 사업의 도구로 이용하거나, 금전을 목적으로 하는 자들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가 아스라지는 동안 M은 그 자리를 지킬만큼 열정적이었다. 1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동차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끊임없이 기록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유튜브라는 보다 파괴력 있는 뉴미디어의 탄생 상황에서도 주요 활동 무대를 옮기는 다른 인플루언서들과는 달리 M은 여전히 블로그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깨달음의 순간들, 유아는 오픈카를 좋아하지 않는다> 2010년 스위스 어딘가



형 그냥 써요. 요새는 브런치 같은 글 쓰기 좋은 플랫폼도 많아졌어요. 그런 플랫폼들은 사진도 많이 찍을 필요도 없고…” M이 이어 말했다. 

“나는 형의 재능이 아까워요. 언제부턴가 꺾이긴 했지만, 형 글을 보면 질투심이 생길 정도로 재밌었던 적이 있었어요.”
M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M의 의도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렇게 A4 한장을 쉽게 채울 수 있는 좋은 동기는 되었다. 

무슨 글부터 써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안다는 듯 M이 입을 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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