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컬럼

대형차 만능주의,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토앤모터 2012. 5.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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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A3를 선택했을 때, 그리고 최근 Q3를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얘기가 있다.

"그 돈 주고 국산차 좋은 거 사지, 그걸 왜 사?"
"그 돈 주고 큰 차 사지, 왜 작은 차를 사?"

나의 대답은 늘 같았다.

"좋은 거 어떤거? 어떤게 좋은 건데?"
"왜 큰 차를 사야 되는데?"

나는 우리나라에 '대형세단' 선호주의나, "큰차가 무조건 좋은차"라는 맹목적인 고정관념이 아직까지도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동차 문화가 한단계 성숙하려면 많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까? 어떤 차가 최고의 차일까?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는 세상에 없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이러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은 개개인마다 각각의 취향이 있고, 성향이 있고, 또한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핸들링이나 승차감이 부드러운 차를 최고로, 누군가는 거칠지만 가감없이 도로를 읽어낼 수 있는 차를 최고로 친다. 성향이나 취향의 문제다.

지방 장거리를 자주 다닌다, 그럼 디젤이다. 단거리에 잘 막히는 시내 도심 출퇴근을 주로 한다, 그럼 하이브리드다. 가족끼리 주말마다 여행을 자주 다니고, 캠핑도 좋아하고, 산도 가고, 강도 가고 다목적으로 쓰인다, 그럼 SUV다. SUV의 공간활용능력과 다목적성은 좋은데 SUV의 붕뜬 듯한 높은 승차감은 싫고, 도로에 쫙 깔려다니는 세단의 주행감각이 좋다, 그럼 웨건이나 해치백이다. 용도와 목적에 따라 '검정색 가솔린 대형 고급세단'에 비해 일반적으로 많은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선택들이다.

연장선에서 현대차가 최근에 내놓은 i시리즈는 이러한 우리 자동차 문화에 대한 일종의 실험이라는 생각이다. 웨건이나 해치백은 '짐차'라는, 디젤은 '화물용'으로나 쓰는 엔진이라는 고정관념들. 그래서 그동안 자동차시장에서는 '국내소비자들은 이런 차들을 선호하지도 않고, 때문에 수요도 없고, 고급차 카테고리에 넣지도 않는다'라고 판단하기 쉬웠다. 

이런 연유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승용디젤,해치백/웨건의 불모지 수준이었는데, 수입차들을 중심으로 디젤세단이나 해치백이 의외의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국산차 브랜드에서도 서서히 승용디젤과 웨건/해치백 모델들을 하나둘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현대의 i시리즈는 이쁘게 꾸미고 치장하고 고급화하는 전략까지 쓰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당장은 '고급세단도 아닌데, 이런 류의 차를 왜 이렇게 비싸게 파나'하는 소비자의 반감이 클 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 본다.

다시 나의 경험으로 돌아와서, 이번에 Q3를 구매할 때 잠깐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이유인 즉, 비슷한 시기에 폭스바겐 뉴CC가 출시되었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같은 AWD, 같은 TDI 엔진, 더 큰 크기, 더 매력적인 옵션을 가지고.



아주 잠깐 고민에 빠졌지만, 기본 목적을 생각하면 선택이 쉬웠다. 퇴근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태우고 오기도 하고, 가끔 장보러 가고, 또 가끔 가족이 다같이 타고 놀러갈 일도 있겠지만, 주요한 목적은 출퇴근용이다. 클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이 출퇴근에 쓰이는 차는 안전을 담보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가장 작은 차, 그래서 연비까지 좋으면 그게 최고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작으니까 연비가 좋은 건 그렇다 치고, 소형이 대형에 대해 가지는 이점이 뭐냐고? 차가 작으면 운전이 수월하다. 주차도 편리하고, 골목길 운전이나,시내 운전도 훨씬 쉽고 용이하다. 차와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몰입강도도 쎄서 운전도 재밌다. 



아직까지도 20~30대의 젊은 층이 소나타나 그랜저 대신 미니쿠퍼S를 선택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분들이 계시면, 그리고 그 선택이 단순히 치기어린 선택이나 뽐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동차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변의 시선이나 맹목적인 고정관념에 의한 선택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취향, 용도와 목적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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