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위스

3인 가족의 스위스 오픈카 여행기(6) - 아름다웠던 순간들

오토앤모터 2011. 5. 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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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것이지만, 그 과정 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아름답던 안타깝던 기쁘던 슬프던 간에…

제네바에서 레만호를 끼고 인터라켄을 향하는 중간쯤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여러 유명 숙박 사이트를 훑었고,가장 평가가 좋은 호텔을 선택했는데,  난 이 호텔에 도착해서 방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광경이 잊지 못할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였다.


호텔 자체는 내가 1900년대 초중반으로 타임머신을 탄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매우 고풍스러웠다. 근대 유럽의 오래된 멋을 뽐내고 있었는데, 한편으론 낡은 호텔의 시설에 대한 불안감도 들었다. 처음 호텔을 찾았을 때부터 마땅한 주차장이 갖추어지지 않아 노상 주차구획에 주차를 해야 했는데 여기엔 문제가 따랐다.

스위스의 경우, 노상 주차를 할 경우 ‘타임테이블’을 사서 자신의 주차시간을 표시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계속해서 갱신해야 하는 방식이다. 특정차량이 특정공간에 장시간 방치되는 것을 막는데는 아주 효율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난 계획상 노상주차를 하지 않을 생각이어서 타임테이블을 구매하지 않았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호텔 데스크에 문의하니 그냥 주차구획조차 없는 노상에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해도 된다지만,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대규모의 체인 호텔도 아닌 만큼 뭔가 정형화되고 매뉴얼적이고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는 호텔 서비스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키를 받아, 아주 오래된, 나무로 만들어진 영화 속에서 볼 법한 나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고 넓고 높고 긴 복도를 지나, 방 키를 꽂고 객실의 문을 여는 그 순간(이 때쯤 룸 컨디션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어져 있었다.)

 

끼이익 하는 나무문을 여는 특유의 소리가 들리고, 마치 TV나 영화 속의 반전 장면이 펼쳐지듯 그렇게 내 앞엔 최고의 풍경이 펼쳐졌다.


높은 창문과 함께 그 뒤로 보이는 발코니와 레만호 그리고 이름모를 산맥들이 눈 앞에 영화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순간으로 만들어주었던 가장 중요했던 무드 포인트는 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빛깔의 석양이었다!!


그 아름다운 분위기에 호텔의 낡은 침대와 옷장 등의 가구들조차도 ‘낡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 ‘가치 있는 세월의 멋’을 그대로 마주한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그랬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나와 아내는 짐 정리를 할 겨를도 없이 발코니로 뛰어나가 그 정취를 만끽했고, 카메라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그 황홀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바빴다.


멋진 차를 탈 때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도 느끼는 것이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가족과 함께 하기에 아름다움도 배가 되고 더욱 즐길 수 있고, 그 기억도 더욱 소중해진다.<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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