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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풀옵션 5세대 그랜저가 무섭다.

오토앤모터 2011. 2.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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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올리는 수입차 블로거가 본 국산차 시리즈네요. 저는 지난주 5세대 그랜저를 시승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5세대 그랜저의 시승 기회가 주어지리라 생각치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번 소나타 시승기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피력했기 때문이죠. 굳이 현대쪽에서 비평하는 블로거를 섭외하지는 않을 꺼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뜻 차를 내어주는 것을 보니 제가 오버를 했거나 혹은 현대가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 아닌가 했죠.

제가 타본 모델은 5세대 그랜저의 최상위 풀옵션 모델입니다.차량가는 4200만원대라고 하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탄 '"최상위 풀옵션 그랜저 모델"은 정말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입니다.  왜냐구요? 이전에 타 본 소나타를 통해 지레짐작한 그랜저와 상당히 다르더군요. (아참,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앞으로 제가 말씀드리는 그랜저는 5세대 그랜저가 아닌 제가 시승한 '풀옵션이 장착된 최상위급 5세대 그랜저'입니다. 이후의 글들도 풀옵션 그랜저에 맞춰져 있으니 참조해 주세요.)

각종 버튼으로 빼곡히 들어찬 실내 전면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자동차에 적용되는 신기한 첨단 기능을 만나려면 수입차를 사야 했습니다.
운전자가 나타나면 조명으로 반간다든지, 시트에서 찬바람과 온열이 나오고, 운전자가 피곤하지 말라고 안마까지 해주거나, 타고 내릴 때 의자와 핸들이 승하차가 쉽도록 변경됩니다.
버튼 뿐 아니라 음성으로도 라디오 켜기,전화걸기 등 차량을 조작할 수 있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타이어 압력 등의 컨디션,소모품의 교환주기 등을 체크하구요. 핸들을 돌리지 않아도 자동차 스스로 주차를 하거나, 정체시에 브레이크를 계속해서 밟지 않아도 되고, 엑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지않아도 앞차와 간격을 유지해 달리고 정지까지 합니다.이런 것도 사실 '이야.. 수입차는 별의별 기능이 다 있구나. 역시 다르긴 다르다'하는 오너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이제 5세대 그랜저에서도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4200만원대의 가격에 말이죠.
수입차는 이 가격에 이 모든 기능을 갖춘 차를 찾기는 거의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포드 토러스가 가장 비슷하게 갖추고 있는 셈인데, 음성은 영어만  인식하고, 간격을 조절해서 달리긴 하지만, 정지까지 하진 않습니다. 주차기능.오토홀드 등 몇가지 주요기능도 빠져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랜저보다 비싸기까지 합니다.

원터치 파킹브레이크, 오토홀드, 자동주차시스템,통풍/온열시트 등이 모여있다.



전 현대가 참 기막히게 머리를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풀옵션 최상위급의 그랜저는 그동안 수입차 시장이 급격하게 확장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3천만원대 후반~4천만원대 초반 수입차들, 더욱 세그먼트를 나눠보자면 대중적이며 패밀리 세단 형태를 가진 수입차들을 정조준했기 때문입니다. 매해 1% 이상 무섭게 성장해가던 수입차 시장을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크라이슬러 300C, 포드 토러스,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
다들 베스트셀링카를 한번씩은 차지해 봤으며, 각 브랜드와 수입차의 판매량 성장에 일조를 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모델들입니다. 2005년부터 해서 수입차 대중화에 큰 공로를 한 모델들이죠.
이 차들의 성공요인을 생각해보면 경쟁차종에 비해 유난히 뛰어난 어떤 한 요소, 예컨대 성능 등 때문이라기보다는 패키징이 잘 된 기본기를 갖추고 당시의 유행,트랜드,정서,시장상황,마케팅능력에 의해 많이 팔려나갔던 모델들이란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들과 비교했을 때 '풀옵션 최상급트림 5세대 그랜저'는 굉장한 경쟁력,상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정해져 있지 않고, 특별히 선호하는 차량 성향,스타일,성능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가장 무난한 자동차 형태인 세단을 선호하는 가장 대중적인-가장 큰 볼륨의 자동차 고객군에게는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잘 버무려져 있죠.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게요. '그랜저=고급차'라는 수십년간 굳어온 국내 이미지뿐 아니라 완전히 달라진 직분사 GDI 심장,환상적인 실내크기,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한 옵션들.

'현대..니들 국내 소비자 눈탱이 치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이참에 수입차로 가볼까' 하는 이들에게 풀옵션 최고급사양의 5세대 그랜저가 이렇게 얘기하는 셈입니다. "야.. 나 확 바뀌었어! 가격..비슷해! 성능? 함 붙어보자니까? 옵션? 쨉도 안돼! A/S? 야,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전국에 걸쳐 구축된 우리 인프라를 봐라!'

개인적으로 그동안 국산차 가격이 수입차 가격에 육박하거나 넘는 것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고, 우습게만 여겨지던 것이 '풀옵션 최고급사양의 그랜저'를 타보니,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수입차종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더 나아가서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네시스를 '팀킬'할 것 같다는 예감도 강하게 듭니다. 첫 시도의 후륜 세단, 확실하게 자리 매김 안 된 제네시스의 브랜드밸류, 때문에 가격만 비싸다고 밖에 느낄 수 없는 제네시스를 감안한다면, 5세대를 거치면서 여러면에서 완숙미까지 느껴지는 그랜저가 가격대비 성능이나 효율,가치 면에서 앞서기 때문입니다.

왠지 모르게 '팀킬'당할 것 같은 현대 제네시스



마케팅적으로는 굉장히 잘 나온 5세대 그랜저의 가장 큰 단점은 아무래도 디자인이 아닐까 합니다. 소나타와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는 전면부가 아무래도 준대형세단을 고르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과도하게 멋을 낸 소나타에 비해 좀 누그러진 분위기지만, 아무래도 소나타와 확실한 차별화가 되지 않습니다. 주변 의견을 구해봐도(특히, 차에 큰 관심 없는 층-여성,장년-일수록) 잘 구분을 못하더군요. 정확히 얘기하자면, 소나타인지 그랜저인지 구분을 못한다기 보다는, 그랜저와 소나타의 전면부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나름대로 추측해본다면, 현대가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패밀리룩을 적용하면서 첫작이라 할 수 있는 소나타가 너무 과도하게 선을 넣고 멋을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서 선을 하나 뺐다던가 변화를 줬을 때, 그 변화나 차이를 알아채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더욱이 디자인 자체가 약간 차가 부해 보이는 디자인이기에 사이즈로 가늠하기도 힘들구요.

또 연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일단 스크롤도 길어지고 하니 시승기다운 시승기는 다음주 월요일 포스팅에서 계속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쉽고 재밌는 수입차 이야기&라이프-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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