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해외이야기

프랑스 현재취재(5)- 자동차 박물관 재미있게 보는 법

오토앤모터 2018. 7. 31.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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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셋째날. 파리 외곽에 위치한 르노 카 컬렉션을 찾았다.

르노 카 컬렉션에는 약 750대의 자동차가 연도별로 존재한다. 말이 750대지, 한대당 1분 정도만 할애해서 살펴본다고 해도 13시간이나 걸리는 엄청난 규모다. 120여년 동안 만들어진 하나 하나 의미가 있는 차들이라 놓칠 수가 없었다.

사실 자동차 박물관으로 유명한 곳은 역시 독일이다.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와 같은 쟁쟁한 브랜드가 포진해 있고 각 브랜드마다 그들의 역사를 장식한 자동차들을 컨텐츠로 박물관을 지었다. 차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독일의 자동차 박물관은 관광 명소로 언급될만큼 유명하다.

이에 반해 르노 카 컬렉션은 엄밀히 박물관이 아니다. 르노 또한 이곳을 Meseum이 아닌 Garage로 부른다. 전시되는 차량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유지 보수팀에서 정기적으로 차량을 주행 가능하도록 정비하며, 필요할 경우 세계 곳곳으로 이곳의 차들이 전시를 위해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한다.

르노의 '카 개러지'는 독일 브랜드처럼 번듯한 박물관 건물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알차고 풍부했다.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하지만, 2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열정적인 설명을 해 준 르노측 담당자 루도빅 삐리우(Ludivic Piriou)를 잊을 수 없다.  

나중엔 다리가 아플 정도였는데, 일행이 우스개로 '그 동안 대화할 상대가 없었던 분 같다'고 할 정도로 많은 연세에도 강철체력으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는 비밀창고까지 공개해주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써보기로 한다. 

앞서 말했듯, 750대의 차량을 모두 살펴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만큼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은 다르다.



그래서 오늘은 자동차 박물관을 재밌게 관람하는 노하우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루도빅 삐리우처럼 훌륭한 안내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둘러보는 것보다 도슨트 투어처럼 해박한 지식을 가진 안내자로부터 체계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자동차를 바라보면 차량별로 각각의 의미를 되살려볼 수 있다. 보통 각 자동차 박물관 별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일단 이것을 시도해 보자.

하지만, 전문가 없이 자동차 박물관을 의미 있게 둘러보고 싶다면 이것을 기억하자.


1.주제를 잡고 본다. 
수백대의 차량을 일일이 보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의미도 없다. 주제를 정해보자. 자동차의 변천사를 보고 싶은 것인지, 혹은 특정 모델의 발전과정을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클래식카나 모터스포츠카와 같은 특별한 쟝르, 희소한 차량을 보고 싶은 것인지 등 주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소재에 집중해서 본다.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역사의 창고다. 소재에 집중해 보자. 예컨대  전조등,와이퍼, 범퍼, 서스펜션. 헤드레스트, 크락션, 룸미러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어느 시대엔 없었던 물품인데, 어느순간 원시적인 소품으로 나타나 발전 과정을 보인다. 이러한 작은 구성품의 시대적 변화를 보고 당시 생활상을 유추해 보면 재밌다.



3.기록을 남긴다.

여행 사진도 그렇지만, 사실 박물관에서 차량만의 사진을 남기는 것은 열혈 자동차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큰 의미가 없다. 시승이 가능한 차량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탑승하여 기념 사진을 남겨보자.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빠른 이해를 위해, 위의 기준으로 르노 카 개러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전조등(헤드라이트)'라는 소재에 집중해 보자.

아래는 르노의 첫번째차. Type A다.

르노의 창업자 루이 르노가 기존의 3륜 자동차에 불만족하여 직접 개발한 모델이다. 루이 르노가 직접 만들어 타고 다니다가, 주변에서 너도나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형제들과 함께 양산하기 시작한 것이 르노의 태동이다. 

지금의 자동차처럼 전조등 역할을 하는 두개의 눈(!)이 보인다. 


그런데 그안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양초가 있다. Type A가 개발된 것은 1898년. 전구가 개발되기 훨씬 이전이다. 당시 마차에 램프를 쓰던대로 자동차에도 적용한 셈이다. 실제도 이 시기에는 이런 램프가 앞을 비추는 역할을 했다기 보다, 야간에 마차나 자동차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이 컸다고 한다.


옆을 살펴보면 차폭등처럼 야간에 빛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리로 제작되었다. 상단부의 공기구멍도 인상적.


조금 시대가 흐르면, 양초가 아닌 호롱불이 등장한다. 기름이나 아세틸렌 등으로 불을 붙이고 후면에 반사판을 대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앞을 밝히기엔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볼록렌즈 같은 것도 등장한다. 빛을 좀 더 퍼지게 해주어 야간에 넓은 시야확보에 쓰인듯 보인다.


램프의 위치도 좀 더 지면을 비추기 용이하게, 하단부쪽으로 이동한 것을 볼 수 있다.


재밌게도 이당시의 차들은 여전히 마차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거기에 전면에 엔진이 붙어 있는 셈. 이러한 구조가 지금의 자동차 형태로 발전하게 된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다시 전조등에 집중해 보면, 아래의 차는 4개의 램프가 준비된 것이 보인다. 차량 앞쪽을 밝히는 헤드라이트와 차폭등의 역할을 하는 램프인 듯 하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개선되어 나가는 과정이 보이는 셈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클래식카가 등장. 그런데 헤드라이트 위치가... 이 차는 과연 야간에 앞을 제대로 비출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서서히 필라멘트 전구를 단 헤드라이트가 등장한다. 헤드라이트의 부피도 작아졌지만 양 옆의 차폭등도 앙증맞다.


노란색으로 색을 입힌 헤드라이트도 등장. 방향지시등은 아닐 거 같고, 무슨 의미였을까?


이 차는 왜 헤드라이트를 일자 구멍을 내고 가렸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루도빅 삐리우가 주었다. 해당차량은 르노 4CV라는 모델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을 위해 만들어야 했던 차량이었다. 야간 테스트 드라이브를 위해 최소한의 빛을 내야 했기에 아래와 같이 빛을 가렸다고.


그리고 드디어 방향지시등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복선도로도 생기고, 자동차도 대중화되면서 도로 위에 차가 많아졌을 것이다. 방향 지시등을 이용한 차량간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이때 당시부터 느꼈던 것은 아닐까?


보다 나은 밝기, 그리고 디자인을 감안한 4구의 헤드라이트도 등장한다.


그러고 보면, 어느 때부턴가 자동차가 마차의 형태보다 현재의 자동차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이드 미러와 룸미러는 어떨까? 어느 시대부터 생겨났을까. 와이퍼는?

의미 없이 관람하기 보다 여러가지 작은 궁금증들을 통해 자동차 박물관을 재밌게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르노 카 개러지처럼 컨텐츠가 풍부한 자동차 박물관이라면 작은 소재에 집중해 보자. 다음 편에는 베테랑 도슨트, 루도빅 삐리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르노 카 개러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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