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해외이야기

프랑스 현지 취재(2)-르노가 12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오토앤모터 2018. 7.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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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018/07/18 - [자동차/해외이야기] - 프랑스 현지 취재(1)- 르노 그리고 클리오

프랑스 방문 이틀째에는 프랑스 르노 테크노센터를 찾았다.

해외 자동차 기업의 본사 방문은 개인적으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르노 측에서는 테크노 센터 입구의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를 걸어주었는데, 오늘 우리 일행의 방문을 환영해준다는 느낌에 무척이나 반가웠다. 


르노테크노 센터는 1998년 설립되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장이다.  '벌집'이라 불리우는 이 작은 소도시(!)에는 약 1만1천명의 직원에 외부업체 2천명까지 중소도시의 인구에 달하는 약 1만3천명이 근무하고 있다.


총 150만 제곱미터로 엄청난 크기인데, 높이는 그리 높지 않다. 이유는 베르사유 궁전 인근에 위치해서 건물에 대한 규제가 심한편이기 때문.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기에 4층의 르노 테크노 센터가 가장 높은 건물이다.

보안을 이유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곳곳의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외진곳에 설립되어 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자동차 딜러,세탁소,식당,미용실 등 사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신차가 출시되면, 각 국가 생산 담당자가 이곳에서 연수를 하기도 하며, 출시전 자동차를 만들어보는 파일럿 생산공장도 내부에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르노 테크노 센터 설립 이전에는 신차개발에 60개월이 소요되었으나(경쟁 일본업체 45개월), 현재는 25-27개월 단축되었다고 한다.

공장의 내부 견학과 함께 의미가 있었던 것은 르노 본사 관계자와의 미팅이었다.미팅은 르노그룹 브랜드 담당매니저, 소형차 개발 본부장, 디자인 총괄 부회장 순서로 이뤄졌는데, 면면이 의미가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로렌스 반덴애커 부회장의 브리핑.

반덴예커 부회장은 르노그룹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2009년 입사 후  4세대 클리오 모델 등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 전략을 주도해 가고 있다. 

발표 후 포즈를 취해준 반덴예커 부회장.  언뜻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기도 했다.



각 자동차 관계자와의 미팅이나 그들의 발표를 보다 보면, 자동차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시야가 확 트이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반덴예커 부회장의 발표 내용이 그랬다.

르노의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방문 전까지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없던 르노라는 브랜드에 큰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이날 반덴예커가 발표한 르노의 디자인 전략-르노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자동차의 디자인에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단순히 현재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에 끼워 맞춘 것도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그리고 준비하고 리드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많은 소비자들은 자동차 회사가 단순히 소비자의 필요나 당시 트랜드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대응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런 회사도 있다. 하지만,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자동차 회사, 특히 강한 철학을 가진 회사는 다르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을 보면 철학의 부재를 느낀다. 

반덴예커 부회장의 발표를 보면서, 르노, 아니 자동차 회사의 철학과 제품 개발에 대해 생각하고 음미해보게 되었다. 반덴예커의 발표는 '르노는 자동차를 왜 만드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어, 왜 > 어떻게> 무엇을 순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드느냐 순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애플은 훌륭한 컴퓨터를 만듭니다.

유려한 디자인,단순한 사용법, 사용자 친화적 제품입니다.

사고  싶지 않으세요?

국내 대부분이 기업들이 소비자들에 제품을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이다. 또한, 신차 발표나 브랜드 소개에서 각 매체에 이뤄지는 방식이다. 


반면 반덴예커의 발표는 아래와 같이 접근했다.

애플은 모든면에서 현실에 도전합니다.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가치를 믿습니다.

현실에 도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는 유려한 디자인,단순한 사용법,사용자 친화적 제품을 만듭니다.

그리하여 훌륭한 컴퓨터가 탄생했습니다.

사고 싶지 않으세요?



훨씬 울림이 크다. 근본 과 철학을 가지고 만든 제품임을 알리니, 르노의 모델들을 다시금 보고 싶어졌다. 그들의 철학이 각 모델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반덴예커의 발표를 보면서, 르노의 120년 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1800년대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명멸의 과정을 거쳤다. 새롭게 생겨나거나, 없어지기도 하지인수합병 과정에서 거쳐며 합쳐지기도 하고 흡수되기도 했다. 창사 120년 이래 르노가 굳건한 위치를 지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철학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르노가 추구하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데이빗 쿠사닉 르노 브랜드 담당 매니저로부터도 들을 수 있었다.

르노가 자동차에 심은 가치는 세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첫번째는 Passion for Life, 두번째는 French Design, 마지막으로 Easy Life. 각각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Passion for life. 열정. 르노의 모든 철학에 포함된 것으로, 이 키워드는 르노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120년을 이어오게 한 열쇠이기도 하다. 창업자 루이 르노는 기존 3륜차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 열정을 가지고 자신만의 자동차를 만들고, 주변인들의 요구로 더 많은 자동차를 만들면서 르노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된다. 120여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르노는 단순히 제품 뿐 아니라 F1을 비롯한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통해 브랜드의 DNA라고 할 수 있는 열정을 표현해왔다. 


French Design.  제품에 대한 열정을 더 아름답고 컬러풀하게 French Design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국내 출시한 르노의 차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특이한 색상의 내외장컬러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범하지 않은 특이한 사용방식, 실내외구성- 예컨대 서랍식으로 열리는 글로브박스, 시트에 붙은 팔걸이. 독특한 디지털 계기판 등을 발견할 때가 있다. 

모델 개발도 마찬가지다. 유럽에 최초로 소개한 자동차 장르 MPV인 에스파스가 대표적이다. 유럽 판매량 1위의 전기차 ZOE나 국내에도 소개된 트위지 역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개발된 모델들이다.


마지막으로 Easy Life. 르노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편안한 삶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제품 개발을 할 때 폼나고 불편하기 보다,  실용적으로 편할 수 있는 편을 택했다는 뜻이다. 리어뷰 카메라나 오토파킹이 좋은 예다. 실제 르노의 차들이 옵션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특정 옵션은 오버옵션이 아닐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근본 철학이 바탕으로 설치된 예라고 할 수 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열정이 녹아든 프렌치디자인의 르노를 통해 고객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나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이 개발,생산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반덴예커 부회장이 보여준 르노의 미래는 과연 어땠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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