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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꽃, 몰디브 가족여행(4)-몰디브까지의 비행여정

오토앤모터 2014. 6.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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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여행가기를 단 한번도 주저한 적이 없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첫째와 둘째 모두 생후 6개월부터 5살 때까지 장거리 비행을 할 때마다, 칭얼대지 않고 얌전했기 때문인 탓이 크다. 정말 한번도 힘든 적이나 곤란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1살짜리 막내가 라인업에 추가되었다 한들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생각처럼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출발 당일 오전 첫째의 유치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불길했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난다는 전화였다. 연이어 둘째 또한 어린집에서 '아무래도 수족구로 추정되어 하원해야 할 것 같다 '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미뤄놓았던 짐싸기를 하고 집 정리를 하려던 아내는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패닉에 빠진 아내에게, 셋째와 짐싸기,나머지일은 일단 내게 맡기고 첫째와 둘째를 픽업해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어머니는 강하다. 아내는 나간 정신을 추스리고 첫째와 둘째를 픽업하여 근처 대형병원에 갔다.이어 다행히도 '첫째와 둘째 모두 수족구는 아니다'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난히 건강했던 둘째는 별 문제가 없었고 첫째가 기관지염 초기증상이었다.

아내에게 짐싸기는 나에게 맡기라고 큰소리는 뻥쳐놓았지만, 사실 나는 내 짐 밖에 쌀 줄 모른다.(그래도, 내 짐은 기차게 싼다.) 아이들 옷은 무얼 챙겨야 되는 지, 막내 기저귀가 얼마나 챙겨야 하는지, 이유식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도 바다로 가니까 아이들이 입을 수영복과 퍼들점퍼는 가지런히 정리했다. 결국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짐정리까지 마무리 지었다. 


퍼들점퍼는 아직 수영을 못하는 아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다.


아이들을 물에 띄워주면서 구명조끼에 비해 물속에서 움직임이 훨씬 편하다.


밤11시 비행기인데, 인천공항으로 출발은 5시를 조금 넘어 출발했다. 주차하고 공항에 출국층에 들어선 것이 6시반이다. 마일리지 보너스를 사용할 경우, 일반탑승수속보다 시간이 조금씩 더 걸린다. 짐을 붙이고 발권을 마친 시간이 7시를 조금 넘었고, 공항에서 저녁을 먹고, 출국심사를 하고 '야,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하고 탑승구역에 진입한 시각이 8시반에서 9시 사이였다.

화려하게 줄지어 있는 면세점들은 어쩌면 여자들에게 여행지만큼이나 더 설레는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면세점 구역에서 보통 아내는 공격적이 되고, 남편은 방어적이 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나에게는 아내의 행동반경과 주의집중력을 흐트러뜨릴 비장의 무기인 세 아이도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엄마,추워' '엄마,힘들어' '엄마,심심해' 콤보 세트를 터뜨려 준다.

탑승시간까지 2시간이나 쇼핑시간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면세점은 10시에 문을 닫았다. 아이들 때문에 자유롭게 다니지 못했던 아내는 여느 때보다 아쉬워했다. 뭔가 굉장한 쇼핑전쟁이 일어난 듯 쓰긴 했지만, 사실 아내의 손에는 화장품 몇 개만 든 쇼핑백이 하나 달랑 들려 있을 뿐이었다.괜히 미안해졌다.


게이트 앞에 있었던 실내 어린이 놀이터


10시부터 탑승 전까지 라운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날 샤워실을 처음 이용해봤다. '번거롭게 무슨 샤워야' 했는데, 전혀 번거롭지도 않고 시설도 너무 좋았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라운지의 꽃은 샤워실이었다. 덕분에 개운한 몸으로 아이들과 2차전이 있을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밤11시에 출발하는 밤비행기라 아이들을 많이 굴려놓으면 비행기에서 잘 잘 것이고, 그럼 여유있게 영화 한 두편을 때리거나, 우아하게 가져간 책을 보면 되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리조트 도착 때까지 내가 전담마크할 둘째


첫째는 아파서인지 기내식도 먹는 둥 마는 둥 바로 잠들었다. 그런데 둘째가 복병이었다. 좀 크니까 어딘가 좋은 데로 가게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흥분한 탓인지 비행 내내 거의 잠을 안잤다. 돌이켜보면 둘째는 아침7시에 일어나서 최소 20시간 이상을 깨어있었던 것 같다.그만큼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밤11시 출발하는  말레행 비행기는 이륙 후 저녁 기내식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소등이 그만큼 늦어진다. 당연히 아이들이 자기가 힘들다. 잠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민폐를 끼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에 뽀로로와 겨울왕국도 둘째가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다.

그 시간 동안, 아내는 셋째와 씨름했다. 셋째는 첫째와 둘째와는 달리 좀 별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내의 옆좌석에는 콜롬보로 출장가는 미국인 직장여성이 앉게 되었는데, 자신도 아이가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배려해줘 감사했다.

대한한공 KE473/474편은 몰디브까지 직항이라고 표시는 되어있으나,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 잠시 쉬었다가 몰디브 말레 공항으로 향한다. 아마도 몰디브 만으로는 승객 수요가 나오지 않아서인 것 같은데, 실제 콜롬보에서 많은 승객이 내렸다. 인천공항 출발 때는 일등석이나 프레스티지석 모두 만석이었는데, 콜롬보 공항에서 말레로 향할 때는 일등석의 경우 6좌석중 3좌석, 프레스티지는 21좌석 중 8-9좌석만 앉아 있었다.요일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신혼여행객이 몰리는 일요일 출발 KE473편이 가장 붐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콜롬보 공항에서 잠시 대기하는 시간은 갈 때와 올 때가 다른데, 갈 때(KE473편)는 2시간 정도 올 때(KE474편)는 30분 정도 쉬었다. 항공기에서 모두 내린 후 라운지 등에서 쉬게 되는데, 유념할 것은 항공권 티켓과 하기할 때 직원이 나눠주는 트랜짓 확인증을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좌석이 표시된 항공권 티켓은 비행기에 다시 탑승할 때 승무원이 확인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또한, 몰디브의 라운지는 굉장히 춥게 에어컨을 틀어놓는다. 그러므로, 아이나 노약자, 추위를 많이 어른이라면 승무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비행담요를 빌린 후 요긴하게 쓰고, 반납하자.


콜롬보 공항에서의 라운지의 느낌은 썰렁하고, 춥고,허술했다.


콜롬보 공항에서는 특정 구역 밖으로 나가게 되면 다시 탑승 수속을 밟아서 들어와야 하므로, 면세점 및 환승구역을 벗어나면 곤란하다. (그 경계구간을 공항직원이 지키고 있긴 하지만 굉장히 애매하다.) 면세점은 딱히 볼 것이 없다. 개인적 느낌은 90년대 신촌 그랜드 백화점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그만큼 세련된 느낌도 떨어지고, 상품들도 특별할 것 없는데, 코끼리 조각품이 토산품 중 눈에 띄었다.

콜롬보까지는 별 다른 감흥이 없다가, 콜롬보에서 말레로 향하는 비행기에서야 해가 뜨고 사진 속에서만 보던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가 몰디브에 가는구나 실감이 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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